역대 정부 특별사면의 '이색 역사', 광복절 특사 횟수는 '02-333-2031'

▲ 독립운동과 관련된 시대별 태극기들이 서울 노들섬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올해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를 단행하면서 역대 정부의 사면과 여러 모로 비교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15일 2025년 광복절을 맞아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사면 유형은 일반형사범 1920명, 정치인 및 주요 공직자 27명, 경제인 16명, 노조원·노점상·농민 184명 등이다.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와 그의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도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윤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도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야권에서는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경제인 중에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사면 또는 복권됐다.

역대 정부에서도 특별사면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평가됐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정치적 위기 돌파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특별사면은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가석방과 달리 특별한 기준이 없다. 또 죄의 종류를 정해서 그 죄를 지은 모든 사람의 벌을 면제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도 필요 없다.

◆ 역대 정부 특사 번호, ‘02-333-2031’

1987년 민주화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은 1990년대 노태우 정부 0회, 김영삼 정부 2회 이뤄졌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온 뒤 김대중 정부 3회, 노무현 정부 3회, 이명박 정부 3회 실시됐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5년을 채운 정부는 3회씩 광복절 특사를 단행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2회에 그쳤다. 특이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0회로 광복절 특사가 없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3회에 걸쳐 특사를 단행했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첫해 이번 광복절 특사를 진행했다.

노태우 정부(1988~1993)부터 현 이재명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광복절 특사 횟수를 나열하면 ‘02-333-2031’이 되는 셈이다.

특히 2년 반 임기의 윤석열 정부는 광복절이라는 계기를 '알뜰하게' 이용해 광복절 특사를 3번 실시했다. 여기에 전체 특별사면은 5회에 이르러 임기 대비 특사 횟수는 가장 많았다.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사를 많이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의 '1980년 이후 사면 내역'을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전체 특사 횟수는 노태우 정부 7회, 김영삼 정부 9회, 김대중 정부 8회, 노무현 정부 8회, 이명박 정부 7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5회, 윤석열 정부 5회 등이다. 
 
역대 정부 특별사면의 '이색 역사', 광복절 특사 횟수는 '02-333-2031'

▲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11월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인? 경제인? 정권마다 선호하는 인물 달라

역대 정부는 특별사면에서 선호하는 인물군도 달랐다. 특히 경제인과 정치인에 대한 대접이 상이했다.

이를테면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이 기업인 출신인 때문인지 경제인 특별사면이 유독 많았다. 2008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재벌 총수를 다수 포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이 한 번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공약한 바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주로 생계형 범죄자와 집회·시위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사면을 시행했다. 용산참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철거민, 광우병·사드·세월호 등 '시국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이 사면을 받았다.

문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정치인 사면도 많았다.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신년 특사를 받았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2020년 신년 특사에 포함됐다.

노동계가 줄곧 사면을 요구해 온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당시 특사로 풀려났다. 2022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을 사면했다. 

문 대통령의 전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십억 원대 뇌물죄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사면 대상에 포함돼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공약조차 어긴 셈이었다. 아울러 9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 전 총리의 복권도 논란이 됐다.

◆ 초고속 사면, 3관왕, 이색 특사

이른바 '초고속' 사면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형 확정 후 사면까지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역대 가장 빠르게 사면을 받은 이는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이다. 이들이 형 확정 후 사면에 딱 4일 걸렸다.

이들은 2002년 대선 중 불거진 국정원 도청사건으로 2007년 12월27일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불과 나흘 뒤인 12월31일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2008년 1월1일 단행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특사 명단에 포함됐던 것이다.

형기에 비해 가장 빨리 사면을 받은 사람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꼽힌다. 이들은 1997년 4월17일 대법원 판결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 8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22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3회 이상 특사를 받은 '행운'을 누린 사람들도 있었다.

권노갑 전 의원, 권영해 전 안기부장, 권해옥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 서청원 전 의원, 이학부 전 민정수석,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등 9명은 3차례 사면을 받았다.

이 가운데 김우중 전 회장은 1995년 광복절 특사, 1997년 개천절 특사, 2008년 신년 특사를 받았다. 최원석 전 회장도 1995년, 1997년, 2008년에 특사의 혜택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1995년에는 원전 뇌물 비리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을, 1997년에는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을 각각 사면받았다. 2008년에는 기업 분식회계에 연루된 처벌을 각각 면죄받았다.

이 밖에 광복절·신년 같은 '일반적인' 특사 말고 특별한 계기를 이유로 특사를 단행한 적도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을 경축하는 의미로 2002년 7월10일 운전면허 벌점 감면 등으로 481만 명에게 사면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