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1조 원 이하라고 ‘주장’했다. 

담보차입으로 2조 원을 조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빚을 내서라도 홈플러스를 사라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판촉’에 나선 것이다. 
 
'홈플러스 1조면 인수' MBK 노골적 '갭투자' 요청, "무책임하게 탈출 생각만" 비판 목소리

▲ 홈플러스가 8일 보도자료에서 스스로를 '전세 낀 아파트'에 빗대며 판촉에 나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BK의 노골적인 ‘갭투자’ 요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홈플러스의) 총 자산은 약 6조8500억 원이고 부채는 약 2조9천억 원으로 순자산은 4조 원가량”이라며 “브랜드, 사업 지속 가능성, 보유 부동산 등을 반영하면 전체 기업가치는 약 7조원으로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또 “새로운 인수자는 청산가치인 3조7천억 원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4조8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면 일반적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해 약 2조 원 내외의 자금을 차입할 수 있어, 실제 투입 금액은 1조 원 이하로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를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2조9천억 원의 전세가 들어간 7조 원짜리 아파트를 매도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며 “전 주인이 자신의 지분을 포기한 채 매도해, 새 매수자는 부동산을 담보로 2조 원을 빌려 실제 현금 1조 원 미만으로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는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MBK측이 홈플러스를 망가뜨린 방식 그대로 다른 구매자를 찾는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차입매수(LBO)는 과거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5조 원을 대출받아 7조2천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가 자체 조달한 자금은 2조2천억 원에 불과했다.

MBK는 인수 이후 MBK의 자본이 아닌 홈플러스 자산 매각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했다. 영업이익 역시 불어난 이자비용을 메우는데 사용됐다.

이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에 MBK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홈플러스 1조면 인수' MBK 노골적 '갭투자' 요청, "무책임하게 탈출 생각만" 비판 목소리

▲ 업계 안팎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홈플러스는 마치 빚투 방식(LBO)으로 또 다른 갭투자를 현혹하지만, 자신들이 망쳐놓은 홈플러스의 위기와 관해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며 “아파트는 쉽게 가격이 떨어지지 않지만, 홈플러스 건물의 부동산 가치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잘못된 비유”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주장대로 그런 좋은 조건이면 MBK가 추가 투자로 정상화 시켜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홈플러스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아파트에 비유한 것은) 부적절한 비유 같다. MBK가 어떻게든 손털고 나가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어떤 인수자가 들어와 홈플러스를 살려낼지가 중요한 것인데, MBK는 엑시트(탈출)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MBK는 2조5천억 원 수준 보통주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홈플러스의 설명대로 현금 1조 원 만 투자해 살릴 수 있다면, 굳이 2조5천억 원을 포기하는 행위가 쉽게 납득 되지 않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주장하는 부채 2조9천억 원에는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채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의 추정금액 약 9천억 원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MBK측도 홈플러스에 실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뒤 2조5천억 원어치 지분을 포기하는 척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MBK는 6월13일 홈플러스의 회생 인가 전 M&A를 신청하고 홈플러스의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6월12일 삼일PwC가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2조5천억 원에 그쳐 청산가치인 3조7천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영향이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