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사회문제 해결 목소리 내는 크래프톤 오너 장병규, 사업가와 사회개혁가 경계에 서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8153501_111190.jpg)
▲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1월9일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한경협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청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최근 크래프톤 사내 커뮤니티에 공유된 크래프톤의 출산장려 복지 정책이다. 이 정책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장은 오랜 시간 기술과 사회 사이의 접점을 고민해온 인물이다. 실제로 장 의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왔다.
◆ 저출산 문제와 콘텐츠 산업, 장병규의 구조적 인식
장병규 의장은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현 크래프톤) 등 연쇄 창업을 통해 IT와 콘텐츠 산업에서 영향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가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쏟는 것은 저출산이 콘텐츠 산업 생태계와 직결된 구조적 위기라는 시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산업은 궁극적으로 누가 소비하고, 누가 전파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젊은 세대가 줄어든다면 콘텐츠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장 의장이 북미·유럽 시장 진출에 힘을 쏟는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인도’를 유달리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 의장은 2018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수행하던 도중 기자들을 만나 “인도를 돌아다녀보면 알겠지만 젊은이들이 참 많다”라며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역동성,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성장이 이 나라(인도)에 앞으로 진행될 것이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 의장은 4차산업혁명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와 크래프톤 경영에 집중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도를 향한 러브콜을 그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2020년 인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인도 공략을 시작했다. 크래프톤이 2020년부터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자한 돈은 모두 2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장병규의 머릿속에는 ‘사업’뿐 아니라 ‘사회’도 있다
장병규 의장은 저출산 문제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왔다.
장 의장은 사회 문제를 향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스타일의 인물이기도 하다.
장 의장은 4차산업혁명위원장 직책을 수행하던 도중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 경직된 법적용에서 탈피해 다양화되는 노동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장의 신분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가와는 다른 행보다. 기업인이 사회적 논쟁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업 리스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씨저널] 사회문제 해결 목소리 내는 크래프톤 오너 장병규, 사업가와 사회개혁가 경계에 서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8153516_108305.jpg)
▲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2024년 7월2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4 한국공학한림원 석학 멘토링 특강'을 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하지만 장 의장은 기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개혁가’로서 면모도 보이고 있다. 기업인이라면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장 의장은 2019년 10월15일 열렸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기념 대담에 참석해 “미국은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매우 강해 민간기업이 잘못하면 한번에 날아간다”라며 “반면 한국은 기업이 잘못했을 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장 의장이 추진한 크래프톤의 출산장려 복지정책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이야기를 넘어서 있다고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크래프톤부터 시작한다’는 뉘앙스가 숨어있는 셈이다.
사업가와 사회개혁가의 경계 위에 서 있는 장병규 의장, 그리고 그가 던지고 있는 사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어떤 답을 내리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