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 한국자산신탁 회장과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이 급성장 중인 부동산신탁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이전받아 개발과 관리를 맡은 뒤 이익을 되돌려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뜻한다. 부동산신탁회사가 4월부터 재개발사업 등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시장규모도 100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회장은 한국자산신탁과 모기업 MDM그룹의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차 회장은 한국토지신탁의 동부건설 인수를 통해 시공능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맞서고 있다.

◆ 한국자산신탁, 부동산 수직계열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주현 회장은 한국자산신탁의 상장으로 모은 공모자금을 활용해 도시정비사업과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등 새로운 부동산개발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주현과 차정훈,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선두 다툼  
▲ 문주현 한국자산신탁 회장.
도시정비사업은 도시기능 회복과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심 등에서 실시하는 일종의 재개발사업을 뜻한다. 뉴스테이는 정부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도심에 주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문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신규택지공급이 한동안 중단되고 재개발과 재건축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공모자금을 활용해 도시정비사업과 뉴스테이 등 사업전문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한국자산신탁의 부동산개발사업 강화를 통해 모기업인 부동산종합그룹 MDM그룹과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 회장은 MDM그룹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6월 한 인터뷰에서 “부동산개발부터 컨설팅·금융·자산운용·관리·임대서비스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회사가 향후 도시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MDM그룹은 한국자산신탁 외에 부동산 토지매입부터 건축기획과 사후관리까지 담당하는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 MDM, 여신전문 금융기관인 한국자산캐피탈, 부동산투자전문 자산운용사인 한국자산에셋운용 등으로 부동산사업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자산신탁이 부동산개발사업의 주체를 맡았을 경우 한국자산캐피탈과 한국자산에셋운용이 대출형펀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MDM이 분양컨설팅을 맡는 방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자산신탁은 올해 신규수주 가운데 계열사의 비중이 2015년 4%에서 올해 20%로 증가할 것”이라며 “계열사를 통해 1분기에만 509억 원을 수주하는 등 앞으로도 수익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자산신탁은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2015년에 개발신탁 거래금액 14조5369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토지신탁의 4조9486억 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이런 시너지에 힘입어 1분기에 신규수주액 기준으로 점유율 21%를 확보해 한국토지신탁(16%)을 제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자산신탁은 매출 기준으로 잡은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한국토지신탁에 아직 뒤처져 있지만 격차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부동산신탁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선두경쟁도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 인수로 맞서

차정훈 회장은 한국토지신탁의 동부건설 인수 참여를 통해 한국자산신탁의 추격에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동부건설에 대한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사모펀드 키스턴에코프라임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해 전체 인수대금 2060억 원 가운데 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주현과 차정훈,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선두 다툼  
▲ 차정훈 한국토지신탁 회장.
부동산신탁회사가 시공을 맡을 건설사를 보유하게 되면 다른 시공사에 건설을 의뢰할 때 내야 했던 수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차 회장은 향후 한국토지신탁의 도시정비사업이나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에서 동부건설의 ‘센트레빌’ 브랜드를 적극 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한국토지신탁은 한국자산신탁 등보다 앞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시장을 선점했다는 강점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지개발능력을 갖춘 한국토지신탁이 향후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인 동부건설을 참여시켜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회장은 동부건설 인수 참여를 통해 한국토지신탁과 다른 계열사의 시너지가 한국자산신탁보다 적다는 약점을 극복할 발판도 마련했다.

차 회장은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인 동시에 모기업인 엠케이전자 회장도 맡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전자부품 생산회사로 한국토지신탁과 사업적 시너지가 거의 없다.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 인수 참여와 신사업 병행에 필요한 자금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토지신탁은 1분기 기준으로 총자산 7116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자산신탁의 약 2배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6월30일에 한국토지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회사의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하면 동부건설 인수 참여에 따른 재무적 위험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