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단체교섭을 놓고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하반기 생산에 집중하려고 했던 현대차로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분파업 정도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실제 파업까지 가나, 하반기 생산 급한 현대차 부담 커져

▲ 안현호 현대차 노조지부장.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양쪽의 견해차가 커서 실제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현대차 노조의 새 집행부가 강성 성향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회사에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쟁의권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8일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앞으로 쟁의 방향 등을 논의하고 7월1일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도 해뒀다. 현대차 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한 직후인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고 1일 열리는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기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회사 쪽이 진정성 있는 일괄제시안을 내놓는다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요구한 주요 안건은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국내 미래차 공장 신설 등이다.

임금 인상은 해마다 있는 사안인 만큼 제외하더라도 국내 공장 신설 등은 대규모 투자와 전사적 전략 판단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현대차는 국내 공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공동협의체 등을 통해 노조를 설득하고 있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일괄제시안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때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새로 출범한 만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파업을 진행하게 되면 2019년부터 3년 동안 이어온 무분규 교섭 타결의 기록도 깨지게 된다. 그에 앞서 현대차 노조는 2018년 7월12일부터 4일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해 안현호 지부장이 당선됐다.

안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 노조위원장을 맡아 반대 투쟁을 이끈 인물이다.

안 지부장은 벌써부터 올해 임단협 교섭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5월25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2022년 임금 투쟁 출정식’에서 “올해 교섭은 굵고 길게 간다”며 “현장 전투력을 복원하고 전국적 연대 기반을 다져 노동조합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로서는 노조 파업이 부담이 여느 때보다 더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의 여파로 공급망 차질을 빚어져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에 하반기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주요 생산거점인 국내 공장이 파업으로 멈춰서면 생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본격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올해 2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연초 공개한 가이던스(재무 목표) 달성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임단협 교섭으로 노조가 파업을 돌입한다면 이런 계획에도 차질을 빚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 파업으로 현대차는 1만1천 대 규모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매출로 따지면 2750억 원이다.

파업이 길어진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 현대차 노사가 ‘강대강’ 대치로 노조가 전면파업까지 벌였던 2016년에는 생산손실이 14만2천 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매출손실은 3조5500억 원이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따른 노조의 파업권 획득은 관례적인 절차로 실제 파업 시행 여부에 따라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시점에서 협상결렬로 부분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