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루나 테라 사태 국회 세미나 북적, 가상화폐 규제엔 한목소리

▲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이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긴급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뭐 하나 새로 생기면 서로 관리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코인은 서로 안하겠다고 거리두기를 하며 관리를 안 해 엉망이 돼 버렸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긴급 세미나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긴급세미나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로 루나 폭락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루나 폭락과 관련해 국내 피해자만 28만 명에 이른다는 파장을 반영하듯이 세미나장은 8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와 패널들은 루나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화폐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루나사태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투자자 보호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형사처벌 보다 우선 행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와 함께 무턱대고 금융시장의 규제를 그대로 도입하기 보다는 가상자산의 성격에 따른 분류를 실시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번 세미나와 함께 관련부처와 논의해 법제화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제를 맡은 전인태 가톨릭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을 설명한 뒤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의문점을 제기했다.

전 교수는 “거래소에서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비자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장, 상장폐지 및 공시에 대한 공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국가경제를 흔들 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위험에 대한 보다 근본적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한 규제는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줄여 산업을 진흥하는데 이바지한다”며 “빠른 시일 안에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업법을 비교분석하며 “가상자산업이 금융업과 유사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며 초창기 자본시장과 유사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원칙적으로 가상자산거래는 가격변동성과 원본손실가능성이 큰 고위험투자라는 점에서 고객조사의무, 적합성 및 적정성 원칙에 바탕을 둔 투자권유 준칙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규제는 기존의 증권규제와 유사할 수밖에 없어 자본시장법에 구현된 여러 증권규제체계가 투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증권규제체계의 정립은 거의 100년에 걸친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규제체계의 정립도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우리도 계속 여러 안들을 준비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최종적 규제수준을 확인하고 입법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형사규제는 높은 증명력을 필요로 하고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행정규제 중심이어야 가상자산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루나, 테라는 담보물이 없고 차익거래와 시장유인전략으로 만들어진 코인이다”며 “가상자산의 순기능보다는 외부 금융환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차익거래형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를 허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투명한 상장 및 상장폐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가상자산거래소는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된 코인이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상자산거래소도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루나 사태처럼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회의를 하는 것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장] 루나 테라 사태 국회 세미나 북적, 가상화폐 규제엔 한목소리

▲ 긴급세미나 참석자들이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긴급세미나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획일적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상자산 스타트업인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특정금융정보이용법만으로 모든 가상자산을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증권형과 비증권형에 대한 구분 및 토큰의 정확한 속성을 파악하고 차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루나 폭락 사태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세워놓고 있어 입법 과정은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경찰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간담회를 열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위한 준비 현황도 점검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세미나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은 더욱 정밀한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디지털자산시장에 투자자와 개발자, 사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율과 정책이 정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