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직원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사장은 민간 출신 인사로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통합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회사가 비리 논란으로 어수선해지면서 통합 후 안정 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 시장에게까지 책임론이 번지는 일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는 자료를 통해 직원들의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시점이 정규직 전환 발표 이전이기 때문에 채용비리 의혹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도 개인 명의로 된 사과문을 배포해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서 인사처장의 배우자가 누락된 부분은 별도로 공식 사과했다. 오해가 있는 것은 해명하고 실제 잘못이 있는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교통공사의 채용비리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교통공사가 내놓은 해명자료의 숫자 오류를 지적하는 한편 직원 가족이 정규직 전환 사실을 인지하고 입사했다며 교통공사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18일 출석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김 사장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어 친인척 취업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서울교통공사를 이번 국감 최대 정쟁거리로 삼고 있어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시청을 항의방문하고 19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노조까지 들고 일어나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 통합노동조합은 17일 성명을 내 고용 세습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도록 촉구했다. 김 사장으로서는 내부 목소리까지 불거지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KT 등 민간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조직 안정과 안전 강화 등을 추진해 왔다.
김 사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KT에 입사해 혁신기획실장 상무까지 올랐다. 이후 하림그룹, 차병원그룹 등을 거쳐 2014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이 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시작으로 서울메트로와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차례로 취임하며 국내 1위, 세계 3~4위 규모의 지하철 운영기관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번 논란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논란의 불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튀고 있다. 김 사장이 책임지고 마무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셈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21일 공개질의서에서 “박 시장의 최측근이 출범 때부터 사장직을 수행 중”이라며 “서울교통공사에 친인척 근무자 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다면 직을 걸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김 사장을 앉힌 장본인이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올린 최종 후보 2명 중 박 시장은 공사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김 사장을 선택했다. 민간 출신 서울도시공사 사장은 전례가 없었기에 인사청문회에서 비전문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지 넉 달 만에 박 시장은 앞서 한 차례 좌절됐던 지하철 통합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김 사장은 지하철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박 시장의 구상에 힘을 보탰다.
김 사장은 2016년 8월 구의역 사고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도 박 시장의 인사 돌려막기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김 사장은 양대 지하철 공사를 모두 이끈 경험을 토대로 2017년 5월 지하철 통합을 완수하고 초대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올랐다.
김 사장이 주도한 지하철 통합은 이번 논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철 공사를 통합하면서 사내 가족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서울교통공사 특혜채용 의혹을 반박하면서 “사내 가족 1912명 중 459명은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면서 근무하게 된 직원들로 고용 세습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