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꿈 담긴 LF푸드 자리 못 잡아, 오규식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 청사진 뒷받침할까

오규식 LF 부회장 겸 LF푸드 회장이 그룹 식품사업을 거듭 재편하면서 식품사업이 구본걸 LF 회장의 '라이프스타일 기업' 구상을 뒷받침할 사업축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오규식 LF 부회장 겸 LF푸드 회장이 구본걸 회장의 숙원으로 꼽히는 LF그룹 식품사업의 안착을 향한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오 부회장은 2012년 LF 대표이사에 올라 14년 동안 대표직을 지켜온 구본걸 LF 회장의 핵심 경영인으로 꼽힌다. 2025년에는 LF푸드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그룹 식품사업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다만 구 회장이 LF그룹의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을 위해 만든 LF푸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구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오 부회장이 투입된 상황이지만 LF푸드가 LF그룹의 주요 사업축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LF푸드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LF그룹이 식품사업에서 아직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성장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사업의 본체인 LF푸드만 놓고 보면 최근 실적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F푸드는 2026년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1209억 원, 순이익 54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56%, 순이익은 157% 증가했다.

매출 증가에는 지난해 말 자회사였던 구르메에프앤비코리아를 흡수합병한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르메에프앤비코리아는 유럽산 치즈와 이즈니 버터 등 고급 식자재를 수입·유통하는 업체로 지난해 9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외형 성장만큼 수익성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LF푸드의 연결 매출은 2023년 1564억 원에서 2024년 1665억 원, 2025년 1778억 원으로 2년 연속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7억 원에서 7억 원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31억 원으로 다시 늘어나는 등 변동 폭이 컸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3.6%에서 2024년 0.4%로 떨어졌다가 2025년 1.7%로 올라섰다. 사업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함께 이어지는 성장 공식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셈이다.

식품사업은 LF를 패션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키우려는 구본걸 회장의 오랜 구상이 담긴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LF는 헤지스·마에스트로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패션을 본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구 회장은 패션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 아래 2007년 LF푸드를 완전자회사로 설립했다.

당시 해산물 뷔페 '마키노차야' 인수를 시작으로 식품사업에 발을 들였고 이후 식자재 유통과 식품 제조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식품을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키워왔다.

다만 식품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경영체제를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LF푸드 대표이사는 대부분 2년 안팎을 넘기지 못하고 교체됐으며 설립 이후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모두 9명으로 파악된다.

LF는 결국 지난해 오 부회장을 LF푸드 회장으로 앉혔다. 오 부회장은 14년 동안 LF 수장 자리를 지켜온 만큼 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LF 대표이사로 그룹 전반의 사업다각화를 오랫동안 함께 이끌어온 만큼 구 회장의 숙원인 식품사업에서도 해법을 찾아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오 부회장은 식품사업을 총괄한 뒤 사업구조를 다시 손보며 소비자 대상 사업을 넓히는 데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흩어져 있던 사업을 LF푸드 중심으로 다시 묶었다. 

LF푸드는 지난해 11월 구르메에프앤비코리아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메종드구르메' 매장을 서울 청담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메종드구르메는 식료품점과 카페를 결합한 공간으로 매장을 재단장하는 과정은 오 부회장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걸 꿈 담긴 LF푸드 자리 못 잡아, 오규식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약' 청사진 뒷받침할까

오규식 LF 부회장은 식품사업을 총괄한 뒤 사업구조를 다시 손보며 소비자 대상 사업을 넓히는 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 오 부회장은 올해 3월에는 '메종드구르메' 매장(시진)을 서울 청담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 LF >


경영진도 구르메 사업 경험을 갖춘 인물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LF푸드는 지난해 9월 구르메에프앤비코리아 대표를 맡던 김민정 대표를 새로 선임해 기존 이성연 대표와 2인 각자대표 체제를 꾸렸다. 이후 이 대표가 올해 1월 물러나면서 현재는 김 대표가 단독으로 LF푸드를 이끌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사업에서는 주요 제조 과정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상품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LF푸드는 2020년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와 냉동식품 등을 다루는 '네이쳐푸드'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면류 제조업체 '한스코리아'를 인수하며 자체 제조 기반을 넓혀왔다.

오 부회장이 식품사업을 맡은 뒤인 지난해 8월에는 소스·시즈닝 제조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약 500억 원에 인수했다.

외부 업체에 맡기던 생산 과정을 내부로 가져와 제조 효율을 높이고 이를 자체 HMR 상품과 식자재 유통사업에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오 부회장이 이러한 전략을 안정적인 성장 공식으로 안착시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LF푸드는 올해 들어서도 수익성이 낮은 HMR 브랜드를 축소하고 일부 제조 자회사에서는 생산라인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부회장의 투입 이후에도 사업재편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안정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을 안정화하는 지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본업인 패션의 외형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오 부회장이 식품사업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은 오 부회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LF의 패션사업 매출은 2023년 1조2726억 원에서 2024년 1조2053억 원, 2025년 1조1406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패션의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구 회장이 오랫동안 그려온 '라이프스타일 기업'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그룹에서 패션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식품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LF푸드 관계자는 "지속적 사업재편은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업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며 "동안 구축한 제조·유통 경쟁력을 HMR과 리테일 사업으로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