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력망 시장에서 765kV급 송전망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초고압변압기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왼쪽)가 그동안 쌓아온 해당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주를 자신하는 가운데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는 내년 4월 앨라배마에서 본격적으로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생산설비 가동을 계기로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이 북미 지역 765킬로볼트(kV)급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 전력망 프로젝트에는 장거리에서의 송전효율이 뛰어난 765kV급 송전망 채택이 늘고 있어, 765kV급 고전압 전력기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특히 765kV급 초고압변압기는 높은 수준의 절연설계 역량, 대형 생산설비, 장기 납품이력이 요구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으나, 수주 시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군이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가 미국 현지업체와 손잡고 차단기와 변압기를 묶은 패키지 제안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한 가운데,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는 현지 생산공장 건립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4일 전력기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북미 시장의 전력기기 호황이 장기로 길어지는 가운데,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765kV급 전력망 프로젝트에서 초고압변압기 수주 영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공장에서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해당 공장은 현재 미국 내 유일한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생산시설로 알려졌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992년 765kV급 초고압변압기를 개발한 뒤 한국, 미국, 인도 등에 납품해왔다. 특히 미국에서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누적 설치대수 기준)이 50%에 이른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전력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기업 콴타(Quanta)와 손잡고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합작법인 효성하이코브레이크를 세웠으며, 올해 4분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72.5kV~800kV급을 아우르는 초고압차단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변압기와 차단기를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되는 것이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콴타는 지난 7월30일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하반기부터 765kV급 물량이 수주잔고에 반영되기 시작하며 2027년 하반기부터 현장 투입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며 "시공사가 잔고에 765kV급 물량을 쌓은 것은 그 앞단에서 기자재 발주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효성의 765kV급 수주는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흐름임을 확인해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25년 9월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회사와 미국 남부와 동부지역 송전망 사업에 투입될 765kV급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29대, 초고압 차단기 24대 등 2천억 원 가량의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6년 2월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870억 원의 765kV급 초고압변압기·리액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9월에도 2200억 원 규모로 765kV급 초고압변압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력망 운영기업들은 기존 납품이력이 있는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쌓아온 이력이 수주전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초고압변압기.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내 생산체계 구축에 나서며 효성중공업을 추격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총 2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4월 준공이 목표다.

앨라배마 2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현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약 50% 늘어나고 이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는 연간 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2공장에는 기존 앨라배마 공장에 없었던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생산·시험설비가 들어선다.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했던 765kV급 제품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게 되는 셈이다.

765kV급 초고압변압기 수주잔고도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난 2025년 9월 2778억 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와 리액터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2026년 1월 988억 원, 같은 해 5월 173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2026년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기존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면서 765kV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존 제품과의 포트폴리오 비중(믹스)을 면밀히 고려해 수주 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욕심을 부린다면 더 먼 납기의 수주를 크게 할 수 있겠으나 회사 전략은 고객과의 꾸준한 관계 유지로 좋은 가격에 수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제조업 투자 확대 등으로 미국 내 전력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주요 전력망 운영기관들은 기존 송전망 보강과 함께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로 보낼 수 있는 765kV급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부 전력망 운영기관 MISO는 2024년 승인한 장기송전계획에 765kV급 기간망을 포함했으며,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도 올해 2월 서부지역 전력망과 중부·남부지역을 연결하는 765kV 송전선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미국 남서부 전력망 운영사 SPP는 2024년 765kV 송전선 프로젝트를 승인한 데 이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한 추가 송전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전압을 높일수록 같은 양의 전력을 보낼 때 송전손실을 낮추면서 더 많은 전력을 장거리로 운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소와 수요처의 거리가 먼 미국에서는 765kV급 송전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360아이리서치의 2026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고전압 전력 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5년 95억6천만 달러에서 2032년 151억4천만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