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가 2026년 하반기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무거워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자큐보 등 신제품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R&D),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가 늘면서 영업손실을 낸 만큼 하반기에는 선제적으로 투입한 비용을 실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제일약품에 따르면 회사는 하반기 자큐보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유통채널 확대와 주요 거래처와의 협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성장성과 제품 경쟁력,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장성이 높은 자체 제품에 영업 역량을 집중하고 시장 내 입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자큐보 판매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도 확충한다.
제일약품은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생산라인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과 제품 공급 여력이 늘어나 자큐보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판매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이 추진하고 있는 자체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자큐보의 올해 상반기 원외처방액은 468억 원으로 2025년 상반기 172억 원보다 171.6% 증가했다. 1분기 212억 원에서 2분기 256억 원으로 증가했다. 7월에는 원외처방액 약 97억 원을 기록하며 출시 이후 월간 최대 처방액을 기록했다.
제일약품 반기보고서 기준 자큐보 제품 매출도 올해 상반기 645억 원에 이른다.
국내 처방 확대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자큐보는 인도에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중국과 중남미 등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상업화 지역이 확대되면 판매뿐 아니라 단계별 기술료와 로열티 수익을 확보할 여지도 커진다.
자큐보의 성장이 중요한 것은 제일약품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도입 상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자체 신약이기 때문이다.
제일약품은 다국적제약사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상품 사업의 비중이 높아 외형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최근에는 상품 비중을 낮추고 자체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자체 제품 매출은 789억 원으로 2025년 2분기보다 23% 증가한 반면 상품 매출은 638억 원으로 12.6% 감소했다.
다만 이 같은 매출구조 변화가 아직 안정적인 실적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769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영업손실 66억 원을 내면서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 103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순손익도 67억 원 흑자에서 34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별도기준으로는 상반기 매출 2859억 원, 영업손실 125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 실적에는 자큐보를 개발한 온코닉테라퓨틱스 등 종속기업 실적과 내부거래 제거가 반영됐다.
제일약품은 상반기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중장기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꼽고 있다.
자큐보 등 신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시장 확대 관련 비용이 한꺼번에 늘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매출원가 부담은 오히려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는 전년 동기보다 15.8% 감소했고 매출총이익은 1128억 원으로 6.7% 증가했다. 하지만 판매비와관리비가 1194억 원으로 25.3% 늘면서 영업손실을 냈다.
연구개발비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
제일약품의 올해 상반기 경상연구개발비는 351억5천만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42억 원 증가했다.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359억 원으로 매출의 12.69%에 이르렀다.
특히 2분기에만 경상연구개발비 213억 원을 집행해 2025년 2분기보다 87% 늘었다.
제일약품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JP-2266' 후속 개발 등 자큐보를 이을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기존 제품의 매출 기반을 유지하면서 신약 개발 투자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외형 성장에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제일약품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466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지만 영업손실 70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자체 제품 판매 증가로 매출구조는 개선되고 있지만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의 이익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 제일약품이 2026년 2분기 영업손실을 봤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제일약품 본사. <제일약품>
자큐보를 개발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와 제일약품의 실적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본업 수익성 회복 필요성을 보여준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473억 원, 영업이익 74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각각 154.3%, 174.1% 증가했다.
반면 제일약품은 별도기준으로 상반기 영업손실 125억 원, 순손실 124억 원을 냈다.
수익을 내고 있는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연결 실적에 포함되고 있음에도 제일약품 전체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자큐보의 성공을 기존 제약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잇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 대표에게도 하반기 수익성 회복은 8연임 첫해의 주요 경영과제로 꼽힌다.
성 대표는 2005년 제일약품 대표에 오른 뒤 올해까지 21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국내 제약업계의 대표적 장수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재정담당 상무와 운영·영업 및 노사담당 부사장을 거쳐 제일약품 대표에 선임됐으며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돼 8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제일약품은 2025년부터 오너3세 한상철 대표와 성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성 대표가 앞으로 3년의 임기를 추가로 확보한 만큼 지난해 어렵게 회복했던 수익성을 다시 안정화하고 자체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지속 가능한 이익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손실은 자큐보 등 신제품 경쟁력 강화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시장 확대 관련 비용이 선제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단기적 부담의 영향이 컸다"며 "자큐보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유통채널 확대와 주요 거래처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하반기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과 제품 공급 여력을 확대해 매출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