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와 AI 자체 성장 여력 갖춰 수익산업 탈바꿈, 내수 부진에 정부 육성책 힘 더 실려

▲ 보안 요원이 7월2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창신메모리 공장 입구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와 소비·투자 부진으로 내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며 육성했는데 최근 민간 투자를 발판으로 기업 스스로 매출과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의 육성책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털의 안젤로 보차니스 해외 기업공개 담당의 발언을 인용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중국 정부가 우선순위로 삼은 핵심 분야의 대표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는 2016년 5월 설립 당시부터 중국 중앙정부뿐 아니라 기업 본사가 있는 안후이성 허페이시로부터 지원받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추격할 메모리 기업으로 육성됐다. 

로이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허페이시 정부 및 시 정부 산하 투자기관이 보유한 CXMT 지분은 36.8%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CXMT는 설립 이후 약 10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확대한 뒤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 CXMT의 매출은 508억 위안(약 10조4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증가했고 순이익은 247억6200만 위안(약 5조1천억 원)으로 1688% 급증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글로벌 메모리 수요가 급증해 CXMT의 D램 수요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틱톡 개발사 바이트댄스 및 게임 개발사 텐센트 등 중국 내 대형 기술 기업(빅테크)이 자국 반도체의 주요 고객이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SMIC도 지난 14일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5.9%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중국 반도체 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 호황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는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 등 글로벌 상위 업체를 추격하는 입장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은 아직 기술 격차가 큰 만큼 중국 반도체가 완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에는 정부 보조금과 국유 자본에 의존했던 중국 반도체 산업이 '정부 자금 → 생산능력 확대 → 자국 빅테크 수요 → 매출·이익 증가 → 추가 민간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홍콩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공동 설립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CXMT와 반도체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면서도 “중국 내 생태계의 지원 사격으로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모델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딥시크와 키미 K3를 비롯한 중국 인공지능 모델은 미국산 모델보다 낮은 비용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전략을 앞세워 중국 내 개발자와 기업의 사용을 확대하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이를 자유롭게 수정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에 중국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 역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딥시크와 미니맥스를 포함한 중국 인공지능 개발사의 올해 연간 매출 전망 합산치를 기존보다 30% 상향한 130억 달러(약 18조 원)로 제시했다. 
중국 반도체와 AI 자체 성장 여력 갖춰 수익산업 탈바꿈, 내수 부진에 정부 육성책 힘 더 실려

▲ 한 손님이 9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지역에 있는 술집 AGI바에서 메뉴판을 보고 있다. 이 가게는 음료를 주문하면 인공지능 서비스의 과금 기준인 토큰을 함께 제공한다.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공격적인 가격 책정으로 중국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자와 기업에 매력적 선택지로 떠올랐다”며 “미국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와 배달 대행 플랫폼 도어대시 및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 기업이 모두 중국 모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수 경기가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수출 산업에 지원책이 더 몰릴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7일 자국의 7월 산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4.8%를 밑도는 수치다. 

소매 판매 증가율도 시장 전망치 1.5%에 못 미친 0.6%로 나타났다. 

부동산 부문 침체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 내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급감했다. 

반면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3.9% 증가해 반도체나 인공지능 등 대외 경쟁력을 갖춘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할 유인이 커진 모양새다.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보조금과 정책금융을 통해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 위주로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자본시장을 활용해 민간 자금까지 전략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탈바꿈 중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금융 당국은 핵심 기업의 상장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 경로를 넓혔다”며 “자본 접근성은 그동안 미국의 강점이었는데 중국이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방식이 정부가 돈을 대서 산업을 만드는 단계에서 정부가 초기 생태계를 만들고 민간 수요가 산업을 키우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이 수출을 늘려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소재와 장비 및 부품 업체까지 중국과의 기술 격차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보도를 통해 업계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