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노조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한화그룹-KAI의 기업결합심사 불허를 요구한 이후 한화그룹 측의 반대 입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사실관계와 항공우주·방위산업의 특성에 의거해 이를 재반박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한화시스템 등을 동원해 KAI 지분을 매수했다.
 
KAI 노조 한화 경영참여에 또 반발, "방산 대형화 주체가 반드시 한화일 이유 없어"

▲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회사 경영참가에 대한 논거를 재반박하는 입장문을 20일 내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그룹은 KAI와 항공우주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춰 세계 방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앞서 제시했다.

지난 8월10일 기준 합산 지분율이 15.98%에 이름에 따라 한화그룹 측은 지분 보유를 승인받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KAI 노조는 한화그룹이 KAI 항공기에 레이더, 엔진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이며, 위성 분야에서는 경쟁 관계라는 점을 들어 한화그룹의 지분 인수와 경영 참여를 반대해왔다.

노조는 이번 재반박 입장문에서 △글로벌 방산 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개입 현황 △이해상충 가능성 △소유 주체에 따른 경영 의사결정의 방향성 △지역 산업 생태계 변화 △독과점 발생 가능성 등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는 “록히드마틴, 보잉 등도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통제, 안보심사(CFIUS) 등 미국 정부의 강한 개입을 받는다”며 “글로벌 주요 방산기업들도 초기에는 기술 성숙도와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정부 주도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항공기 엔진, 레이더 등의 부품 공급계약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정부 원가계산 규정에 따라 체결되는 만큼, 가격 밀어주기 등의 이해상충 우려가 없다는 한화그룹 측 주장에도 이해상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한화그룹과 KAI가 직접 계약한 항공전자 분야의 부품 규모도 상당하다”며 “노조의 우려는 어떤 부품을 채택할지, 어느 협력사와 협상할지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권에 대한 것이지 계약 주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대주주가 정부에서 특정 민간기업으로 바뀌면 적자 국책사업의 유지 여부 결정과 같은 경영 의사결정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 확보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 ‘글로벌 방산 기업의 대형화 추세’에 대해서는 과거 방산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미국 국방부의 2022년도 보고서(State of Competition within the Defense Industrial Base)를 인용, 과거 미국 내 국방산업 통폐합을 두고 공급망 취약성, 기술 혁신 저하,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도 확대 등이 경고됐고, 일부 분야에서는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K-방산의 성장은 국내 방산기업의 분야별 전문화에 기반한 것”이라며 “글로벌 방산 업계의 대형화 추세를 따를 필요성이 있더라도 한화그룹이 반드시 그 주체여야 하는 이유는 없으며, 한화그룹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제시된 프레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