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의 최초 수출 기대감이 일면서 핵심 구성품인 다기능레이다를 제조하는 한화시스템의 수혜가 예상된다. 대규모 우주·AI 분야 투자에 나선 양기원 한화시스템 대표이사(사진)의 투자재원 마련 부담도 덜지 주목된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동전쟁 장기화로 방공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이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의 첫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도무기체계의 핵심 장비인 다기능레이다(MFR)를 공급하는 한화시스템으로서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M-SAM)에 이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계기가 되는 셈이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의 대규모 우주·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수출 확대를 통해 재원 마련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방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동과 유럽에서 한국산 방공무기 체계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최근 장거리 방공망 체계 도입과 관련해 한국산 방공무기 체계인 L-SAM과 프랑스-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SAMP/T NG'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스위스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어트(PAC-3)를 구매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우선 판매한다는 방침을 전하자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의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동에서도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9월15일 아랍에미리트 국영 방산기업 EDGE그룹과 통합 방공체계 협력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텀시트)를 체결했는데, 구체적 협력 대상에 L-SAM이 포함됐다.

한화시스템은 EDGE그룹과 현지 생산 및 유지·정비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한다고 밝혔는데, 향후 아랍에미리트를 중동 방공무기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28일 보고서에서 "방산 부문에서 사우디 지상군 사업, L-SAM 수출, 천궁Ⅱ 수주 확대 등 주요 체계 업체의 수주 성과가 나타날 시 한화시스템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시스템은 국산 유도무기체계의 핵심인 다기능레이다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 공시된 수출계약을 종합하면 한화시스템의 다기능레이다는 유도무기체계 전체 매출 가운데 약 30%를 차지한다.

다기능레이다는 탐지·추적, 미사일 유도, 피아식별, 영역 탐지, 요격 확인 등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레이다다.

한화시스템은 KF-21(전투기), 중고도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고고도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차기호위함(FFX-III) 등 국산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다기능레이다를 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수출 확대는 '우주·AI' 투자 재원 확보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이 지난 7월 발표한 55조 원 규모의 우주·AI 투자 계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실시간 전장 데이터 자체 생성과 위성통신 자국화를 추진한다.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등 우주 인프라 구축에 2040년까지 20조 원, 국방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2032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3일 경남 진주시에서 한화그룹의 우주·AI 분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시스템이 올해 들어 보유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도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4년 12월 6천만 달러에 인수했던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에 오는 31일 매각해 2억3760만 달러를 확보한다.

필리조선소는 한화그룹 편입 이후에도 과거 저가에 수주한 물량을 건조하면서 올해까지 적자를 지속해 한화시스템의 연결기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최정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9월2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화시스템은 미국 현지 투자법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 출자, 호주 조선사 오스탈 지분투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 등 그룹 차원의 전략 투자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매각대금은 차입금 감축보다 신규 투자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거래에 따른 재무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지난 4월에도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 4.54%를 1조7천억 원에 매각하는 등 투자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한화임팩트 사업부문을 맡고 있던 양기원 대표는 지난 7월30일 발표된 한화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한화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그룹은 양기원 대표의 선임을 두고 "우주·방산 분야 글로벌 사업 확장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