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무신사스탠다드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맞붙는다. 에잇세컨즈는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왼쪽)이, 무신사스탠다드는 최운식 무신사 CBO가 이끌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두 브랜드의 현지 사업을 이끄는 인물은 각각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과 최운식 무신사 최고브랜드책임자(CBO)다.
김동운 부사장은 온라인 유통에서, 최운식 CBO는 브랜드 육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필리핀 시장에서 어떤 강점이 더 부각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패션업계의 해외사업 움직임을 종합하면 지난해 필리핀에 먼저 진출한 에잇세컨즈에 이어 무신사스탠다드가 올해 하반기 마닐라에 첫 매장을 열면서 두 브랜드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은 인구 1억 명이 넘고 젊은 소비층이 두터워 패션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동남아시아 주요 소비시장으로 꼽힌다.
에잇세컨즈는 2025년 7월 마닐라에 첫 매장을 열어 현재까지 모두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스탠다드도 첫 매장을 시작으로 현지 주요 상권에 점포를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필리핀 시장에 진입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무신사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에서 현지의 K패션 수요를 먼저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진출했다. 반면 에잇세컨즈는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열고 현지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점포를 늘리고 있다.
두 브랜드가 나란히 필리핀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이를 담당하는 사업 책임자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스탠다드를 맡고 있는 인물은 최운식 최고브랜드책임자(CBO)다.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스파오와 뉴발란스 등 패션 브랜드를 직접 키운 경험이 있다.
에잇세컨즈는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이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삼성물산의 자체 온라인몰인 'SSF샵'을 이끌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최운식 CBO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브랜드 육성 경험이다.
대표적 성과로는 이랜드의 '스파오'와 '뉴발란스'가 꼽힌다. 2017년 스파오 사업부장에 올라 브랜드를 연매출 6천억 원대로 성장시켰으며 뉴발란스를 국내 매출 1조 원대 브랜드로 키우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5년 1월 이랜드 최고경영자 자리를 떠나 무신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무신사는 최 CBO를 영입하면서 별도의 브랜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브랜드 사업 전반을 맡겼다.
최 CBO는 1978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이랜드그룹 공채로 입사해 20년 넘게 패션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무신사스탠다드를 비롯해 오드타입(뷰티), 29어퍼스트로피(향수) 등 자체 브랜드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최 CBO에게는 온라인에서 확보한 필리핀 고객을 무신사스탠다드의 오프라인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 글로벌스토어의 필리핀 거래액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50% 증가했다.
현지 유통 파트너인 ACX홀딩스의 역량은 지켜볼 대목으로 보인다. ACX는 필리핀 최대 재벌로 알려진 아얄라그룹의 계열사지만 소비·유통사업 경험은 비교적 길지 않다. 2024년 기존 자문·컨설팅에서 소비·유통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뒤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그룹이 보유한 쇼핑몰 등 현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아얄라그룹은 계열사 아얄라랜드를 통해 글로리에타와 그린벨트 등 필리핀 주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무신사스탠다드 필리핀 1호점도 아얄라 계열 쇼핑몰인 글로리에타에 들어선다.
무신사 관계자는 "필리핀 매장 개점은 올해 11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지 시장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리테일 운영 역량을 갖춘 ACX홀딩스와 협력해 무신사스탠다드의 현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무신사스탠다드를 이끄는 최운식 CBO는 스파오와 뉴발란스 등 패션 브랜드를 키워 이랜드월드 대표이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에잇세컨즈를 맡고 있는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은 자체 온라인몰 'SSF샵'을 이끌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반면 김동운 삼성물산 부사장의 강점은 온라인 유통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의 대표 성과로는 삼성물산의 자체 온라인몰 'SSF샵'이 꼽힌다. 2020년부터 온라인영업사업부장을 맡아 코로나19로 패션 소비의 온라인 전환이 빨라진 시기에 자사몰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온라인 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2022년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김 부사장은 202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부터 에잇세컨즈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의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2007년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약 3년 동안 근무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는 2010년 합류했다.
다만 온라인 유통에서 주로 성과를 쌓아온 김 부사장에게 자체 SPA 브랜드의 해외 오프라인 사업은 새로운 과제로 보인다. 특히 에잇세컨즈가 중국에서 철수한 뒤 약 7년 만에 해외 오프라인 사업에 다시 나선 만큼 필리핀 시장 안착의 의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에잇세컨즈는 무신사스탠다드보다 먼저 필리핀 오프라인 시장에 진입했다. 매장 4곳은 '자라'와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에 위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동인구와 패션 수요가 검증된 상권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점포를 늘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이 활용할 수 있는 수옌의 강점은 패션 브랜드 운영 경험이다.
수옌은 필리핀 대표 패션 브랜드 '벤치'를 비롯해 자체 브랜드와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비교적 최근 소비·유통사업 확대에 나선 ACX와 달리 필리핀 패션시장에서 오랜 기간 브랜드와 매장을 운영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는 필리핀에서 시장 안착을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필리핀 기후 환경에 맞는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