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35년에 이어 2040년과 204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법제화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의 8월 국회 처리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법안이 통과되면 2045년까지 이어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기업의 중장기 투자 판단에도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에서는 저탄소 설비와 에너지 전환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8월 국회 처리 가시권, 산업계 '에너지 전환 장기투자 전략' 새로 짠다

▲ 김정호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움직임을 종합하면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약 2년 만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문턱을 넘고 본회의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앞서 국회 기후특위는 13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가 여야 합의로 마련한 개정안을 찬성 11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의결했다. 법안은 8월 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국가가 따라야 할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5년 단위로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에는 53~61%, 2040년에는 69~80%, 2045년에는 84~90%를 감축하는 범위 안에서 구체적 목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각 범위의 하한은 2050년 탄소중립까지 매년 일정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경로’를 기준으로 정했으며 배출권거래제 등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도 이 하한을 기준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산업계에서는 이 ‘하한선’이 앞으로 장기 투자계획을 짜는 ‘기준선’이 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보다 35% 이상 줄이도록 법률에 규정하고 실제 목표는 시행령에서 40%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2050년 탄소중립까지 어느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량적 기준은 두지 않았다.

기업으로서는 지금까지 2030년을 넘어선 시기의 탄소규제 강도를 장기적으로 가늠할 법률상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2035년을 넘어 2040년과 2045년까지 최소 어느 정도의 감축 목표를 전제로 정부의 규제가 설계될지가 법률에 제시되게 된다.

이처럼 장기 감축경로가 구체화된다면 철강·정유·석유화학·시멘트 등 대규모 감축투자가 필요한 업종은 곧장 그에 맞춰 설비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생산설비를 교체하거나 저탄소 공정을 도입할 때 당장의 비용뿐 아니라 2040년대까지 강화될 탄소규제와 감축 수준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법안 통과 이후 산업계에서는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와 함께 ‘그 경로에 맞춰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철강에서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저탄소 공정의 상용화와 수소 조달이,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는 무탄소 전력 확보와 기존 생산설비 전환 등이 중장기 투자전략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산업계는 앞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논의에서 감축률 못지않게 기술과 에너지 인프라, 자금 지원을 강조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한국시멘트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제지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등 8개 업종별 협회는 2025년 11월4일 정부에 낸 공동건의문에서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인프라 확충·제도 개선 등 다차원적인 지원정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 무탄소 에너지(전력․수소) 인프라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이번 개정안에 감축경로만 제시하지 않고 산업계의 전환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담았다.

정부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상용화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책금융을 기반으로 한 민관협력 금융 확대와 기업별 전환계획 수립 지원,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익의 활용 등을 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제안했다.

이에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기업들이 감축 경로에 맞춰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정부 후속 산업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전환금융과 무탄소 에너지 인프라, 저탄소 기술 상용화 등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8월 국회 처리 가시권, 산업계 '에너지 전환 장기투자 전략' 새로 짠다

▲ 케이팝 팬덤 기후행동단체 케이팝포플래닛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조기감축 원칙 반영을 촉구하며 오디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개정안의 감축경로가 오히려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기후특위가 진행한 시민공론화에서는 온실가스를 초기에 더 많이 줄이는 경로가 선호됐지만 여야 절충안은 매년 일정하게 감축하는 선형 경로를 법정 하한으로 채택했다.

실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13일 국회 기후위특위 전체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기권했다.

기후단체 플랜 1.5는 13일 논평을 내고  “탄소중립기법 개정안은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기반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기준과 지난 4월 공론화를 통해 확인한 국민들의 요구에 명백히 배치되므로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여야가 합의하였다는 것이, 다수의 의원들이 찬성하였다는 것이 위헌을 합헌으로 만들지는 못한다”고 비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