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의 ‘조 단위’ 베트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에코스마트시티가 오랜 기다림 끝에 본격화된다.

한동안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었던 롯데건설의 해외 사업도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다만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이를 계기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 조 단위 베트남 프로젝트 오랜 기다림 끝 기지개, 오일근 해외확장 '신중론'은 지속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베트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본격화를 바라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종합하면 롯데건설 이사회는 올해 3월에 1번, 6월에 2번, 모두 3번에 걸쳐 베트남 에코스마트시티 관련 안건을 다뤘다. 

3월에는 외부 투자 유치 업무협약을, 6월 초에는 외부 투자자 변경 및 지분 조정, 6월말에는 투자계약 체결의 건을 의결했다.

롯데건설은 반기 보고서부터 에코스마트시티 시행사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기 위한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다.

에코스마트시티는 롯데그룹이 베트남 호치민시 투티엠 지역의 5만 ㎡ 부지에 높이 60층 규모의 오피스와 상업시설, 레지던스 등 대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행사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의 신규 투자자로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팟닷을 유치하면서 올해 이사회가 이와 관련한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기업 유치가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베트남 현지 언론을 통해서는 팟닷이 에코스마트시티 시행사인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사실도 보도됐다. 지분 구성은 이에 따라 롯데쇼핑 30.59%, 호텔롯데 22.94%, 롯데건설 11.47%, 팟닷 35% 등으로 바뀌는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만 해도 좌초설이 돈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은 지난해 8월 인허가 절차 지연에 사업비와 토지사용료 등이 급증했다며 현지 당국에 철수 방침을 통보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가 찍힌 것으로도 여겨진다. 롯데프라퍼티스호치민이 호찌민시와 계약을 맺은 것은 2017년, 롯데그룹이 에코스마트시티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은 2014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2년 직접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으나 지금껏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가 다시 물살을 타게 됐다.

롯데건설에게도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의 본격화는 의미가 깊다.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의 도급액은 공시 기준 1조314억 원으로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롯데건설의 6월말 수주잔고에서 ‘조 단위’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는 ‘르엘 리버파크 센텀(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1BL)’뿐이다.
 
롯데건설 조 단위 베트남 프로젝트 오랜 기다림 끝 기지개, 오일근 해외확장 '신중론'은 지속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2022년 9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로서는 뜻밖의 사업 확대 기회를 만난 것이다. 롯데건설의 해외 사업은 롯데케미칼이 발주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이후 사실상 공백기에 접어들었던 상황이다. 

2분기 기준 해외도급공사가 롯데건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1%가 되지 않았다. 롯데건설이 ‘르엘’과 ‘롯데캐슬’을 앞세워 주택사업을 위주로 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부동산 경기 변동에 크게 노출돼 있었는데 해외사업에서 호재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오 대표가 이번 에코스마트시티 사업 본격화를 계기로 그동안 이어오던 보수적 경영전략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건설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란전쟁 등으로 커져 있어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수익성 위주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며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건설 시장은 이란전쟁 등 변수가 커진 부분도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오 대표가 그동안 강조한 경영체질 개선과제도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172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2% 급증했다. 다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853억 원 유출로 지난해 상반기(4554억 원 유출) 대비 더 악화됐다.

공사를 진행하고 대금을 아직 받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오 대표가 당장 손익계산서에 나타난 호실적을 이유로 확장 전략을 펼치기엔 부담도 있는 셈이다.
 
오 대표는 지난해말 취임한 이래 조직개편으로 전문성 강화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전사 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통한 효율성 확대 △미래성장 역량확보를 위한 전문성 강화 등을 주요 비전으로 제시했다. 전임자인 박현철 전 부회장이 같은 보고서에서 해마다 안전사고 방지와 기후변화 대응, 인권경영 등의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달랐다.

오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조직 슬림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며 “부서 사이 경계를 허물고 유연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민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