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 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범죄 대응을 앞세워 ‘강한 금감원’을 예고했다.
 
이찬진표 '강한 금감원' 1년 소비자보호 강드라이브, 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은 과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일성으로 내놓았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6월22일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1년이 지난 현재 금융상품 감독체계를 사후구제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바꾸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면서 이 원장표 금융감독의 색깔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취임 2년차를 맞는 이 원장의 어깨는 가볍지만은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품 심사, 검증 절차 논란이 인 데다 은행권의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판매 급증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마련 등 매듭 짓지 못한 굵직한 현안들도 남아 있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 속에 금감원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조직 안정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금융권 긴장시킨 ‘대통령 친구’, 소비자보호에 강한 금감원 정체성 확립

“금융권 소비자보호 실태에 관한 모니터링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

이 원장은 2025년 8월1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금융범죄에도 금감원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의 등장은 당시 금융권의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왔다.

이 원장이 금융분야의 경력이 두드러지지 않는 법조인 출신인 데다 이복현 전 원장에 이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금감원 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을 지냈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에는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았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깜짝 등장하자 검사와 제재를 앞세운 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원장 취임 뒤 1년을 놓고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취임일성을 확고하게 밀어붙이면서 이찬진표 금감원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금융상품 관련 피해가 발생한 뒤 배상이나 분쟁조정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품 설계와 제조, 판매, 사후관리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방향으로 감독체계를 바꾸는 데 힘을 실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에서 소비자에게만 구속력이 부여돼 금융사가 따라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5년 연말 금감원 조직개편에서도 이런 기조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금감원은 기존 소비자보호부문을 소비자보호총괄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이를 원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분쟁조정 기능도 각 업권 부서로 이관해 감독·검사·분쟁조정을 연계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이 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든 감독활동의 출발점으로 삼아 ‘금융소비자 중심 원칙’을 업무 전반에 정착시키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6월에는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소비자보호가 제도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금융회사 내부의 인식 변화와 현장 실천을 주문했다.

취임 당시 예고했던 강한 감독 기조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에서도 나타났다.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도입이 대표적이다. 

특사경은 전문분야 범죄 수사를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지수사는 별도의 고발이나 민원 없이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올해 4월부터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 제도가 시행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조사부서의 모든 조사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이나 통보 없이 수사심의위원회만 거쳐 자본시장 특사경 수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은 과제 남겨, 2년차 소비자보호 시험대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관련 논란은 과제와 아쉬움을 남긴 사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올해 5월 상장된 뒤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 국내 증시 급격한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금감원 상품 심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찬진표 '강한 금감원' 1년 소비자보호 강드라이브, 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은 과제

▲ (앞줄 왼쪽부터)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2월12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6월22일 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출시를) 막았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막는 감독체계 전환을 취임 1년의 대표 성과로 내세운 이 원장으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이에 취임 2년차에는 이 원장의 소비자보호 중심 감독철학이 실제 금융상품 판매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은행권 ETF 신탁이 시험대다.

최근 은행권 ETF 신탁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수료와 불완전 판매 등과 관련된 소비자 민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금감원은 9월까지 은행의 ETF 신탁 판매과정에서 수수료 설명의무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감독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요 은행 6곳의 ETF 신탁 누적 판매금액은 약 64조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신탁 수수료 수익은 5864억 원으로 집계됐다. 5월 한 달에만 수수료 수익이 1036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102억 원의 10배를 넘어섰다.

홍콩 H지수 ELS 제재 확정,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방안 발표 등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산정과 감경 범위를 두고 금융당국의 최종 제재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홍콩 ELS 불완전판매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뒤 처음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로 상징성이 크다.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제한 등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에도 시선이 모인다.

이 원장은 앞서 6월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이 추려지는 7월3일 전에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표 일정이 거듭 미뤄지면서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금감원 지방이전 가능성 다시 ‘솔솔’, 조직안정 리더십 중요해져

이 원장의 취임 2년차에는 금융시장 현안뿐 아니라 금감원 조직 자체를 둘러싼 변수도 커질 수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금감원 세종 이전 가능성 등이 금융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찬진표 '강한 금감원' 1년 소비자보호 강드라이브, 단일종목 레버리지 후폭풍은 과제

▲ 7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이 원장은 취임 초반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등 정부 조직개편안 이슈로 금감원 노조의 역사상 첫 총파업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금감원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면 다시 한 번 조직 내부 갈등과 인력유출 등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원장은 금감원의 지방이전에 여러 차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 원장은 앞서 3월 간담회에서 금감원 원주, 세종 이전설과 관련해 “감독기구가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뒤 6월에도 이 원장은 “공사판 감독이 현장을 떠나서 어딜 가겠다는 건지에 관한 문제의식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2차 공공기관이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2025년 8월14일 취임사에서 “시장의 질서와 공정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금융산업이 국가경제의 대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