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부사장(오른쪽)이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시절 외부 신사업 중심의 확장 전략에서 벗어나 GS25와 GS더프레시, GS샵 등 유통 본업에 성장의 무게를 싣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5촌 당숙인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2000년대 초반 수천억 원을 들여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늘리던 방식과 대비되는 행보다.
허연수 전 부회장 역시 GS리테일 신사업 투자 성과가 신통치 않자 임기 후반에는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는데 5촌 조카인 허서홍 대표는 이런 기조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14일 GS리테일의 최근 공시와 경영자료를 종합하면 회사는 2020년대 들어 외부 신사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렸는데 최근 1~2년 사이 신사업 투자에는 거리를 두고 기존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변화의 중심에는 허서홍 대표가 있다.
허 대표 체제의 GS리테일을 보면 돈을 뺄 곳과 넣을 곳이 뚜렷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허 대표는 비핵심 사업을 덜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장 무대를 기존 유통사업으로 옮겼다.
GS리테일의 '2026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이런 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회사는 202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3800억 원을 목표로 편의점·슈퍼마켓·홈쇼핑을 3대 주력사업으로 하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이를 위해 비핵심 투자주식과 펀드를 매각하고 비효율 점포 자산도 유동화하기로 했다. 확보한 현금은 신규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자본 효율성을 따져 배분한다.
그렇다고 허리띠를 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GS리테일이 올해 1분기 밝힌 신규·경상 투자계획은 모두 4861억 원이다. 이 가운데 편의점 2445억 원, 슈퍼마켓 541억 원, 홈쇼핑 170억 원 등 3155억 원이 3대 유통사업에 직접 배정됐다.
허 대표가 GS리테일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유통업 안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방식은 편의점인 GS25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GS25는 올해 신선강화형 매장을 1천 곳까지 늘렸다. 채소와 과일, 계란, 육류 등을 강화한 점포로 상반기 신선식품 매출은 일반 점포의 약 12배였고 방문객은 36%, 객단가는 15% 많았다.
여기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가 쌓아온 신선식품 소싱과 상품 운영 역량이 들어간다. 별도의 장보기 플랫폼을 사오는 대신 이미 가진 슈퍼마켓의 역량을 편의점에 이식해 GS25의 역할을 넓혔다. GS25의 2분기 채소·축산·계란·과일 등 장보기 상품 매출은 1년 전보다 49.6% 늘었다.
기존 점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무게를 두고 있다. 부진 점포를 더 좋은 입지로 옮기거나 대형화하는 '스크랩 앤 빌드'를 진행한 결과 올해 2분기 GS25 기존점 하루 평균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
슈퍼마켓 출점도 지속하고 있다. 2분기 말 GS더프레시 점포는 596곳으로 1년 전보다 36곳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72.2% 증가했다.
허 대표의 전략을 단순한 '축소 경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신사업으로 뻗어가는 확장은 줄이되 GS리테일이 경쟁력을 확보한 유통업 안에서는 점포와 상품, 판매채널의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시절 GS리테일은 요기요·메쉬코리아·무신사·쿠캣 등 외부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 확대를 추진했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전후해 GS리테일을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합병 뒤 2025년 연간 거래액 25조 원을 목표로 잡았고 좋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합병(M&A)에 나설 뜻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GS리테일은 2021년 한 해에만 요기요와 메쉬코리아, 무신사 등을 비롯한 12개 회사에 약 5500억 원을 투자했다. 요기요 인수에 약 3천억 원을 부담했고 메쉬코리아에는 508억 원, 카카오모빌리티에는 650억 원을 투자했다. 이듬해에는 쿠캣도 55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밖으로 벌린 사업들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메쉬코리아 투자지분 가치는 전액 상각됐고 어바웃펫과 쿠캣 등이 포함됐던 기타부문 영업손실은 2021년 393억 원에서 2022년 1213억 원으로 세 배 넘게 불어났다.
밖으로 넓힌 사업에서 손실이 쌓이자 '허연수식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허연수 전 부회장은 2023년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을 매각하거나 축소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상반기 GS리테일의 신규 기업투자는 4억 원까지 줄었다.
이후 GS프레시몰 사업 철수와 텐바이텐 지분 매각이 이어졌고 2024년에는 파르나스호텔과 후레쉬미트를 떼어내는 인적분할도 결정했다.
허 대표는 바로 이 전환기에 GS리테일 경영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허 대표는 2023년 11월 경영전략 서비스 유닛장을 맡았고 2025년 3월 대표에 공식 취임했다. 대표 취임 뒤에는 인도네시아 슈퍼마켓과 농산물 생산기업 퍼스프 사업을 중단하고 반려동물 플랫폼 어바웃펫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허 대표는 3월19일 주주총회에서 "유통업계의 선도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전사적 구조 전환을 지속하겠다"며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 일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