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객들이 3월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법인을 이어가고 ESS 생산 및 차세대 기술인 고망간 배터리(LMR)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삼성SDI와 합작 투자는 종료하고 배터리 개발만 함께 해 당분간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블룸버그는 GM이 삼성SDI와 합작 법인의 지분을 처분하며 합작투자계약에서 손을 뗀 것을 놓고 전기차 사업 축소 전략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SDI는 전날 공시를 통해 GM과 합작 투자 계약을 종료하고 GM이 보유하고 있던 합작 법인 지분 49.99%를 전량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인디애나 뉴칼라일에 건설 중인 합작 공장도 삼성SDI 단독 운영으로 전환해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애초 GM은 2022년 1월22일 사업 계획 발표를 통해 2025년까지 북미에서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전기차가 친환경 기술로 떠오르며 수요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후 GM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각각 배터리 합작 법인 얼티엄셀즈, 시너지셀즈를 설립했다. 먼저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법인을 통해서는 미국에 공장을 다수 지었다.
그러나 GM은 미국에서 지난해 기준 15만3976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배터리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생산 제품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 축소에 들어갔다.
뉴욕주 버팔로의 토나완다 공장은 GM의 전기차 축소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GM은 지난해 5월27일 애초에 전기차 모터를 생산하려던 토나완다 공장에 8억8800만 달러(약 1조2500억 원)를 투자해 내연기관용 엔진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GM의 전기차 사업 축소 전략에 따라 삼성SDI와 합작 법인 지분도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GM이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취약해진 시점에 삼성SDI와 합작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배터리 제조에서 손을 뗐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GM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기차용 각형 삼원계(NCM) 배터리 개발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GM 측과 협력 여지를 남긴 셈이다.
다만 삼성SDI와 GM의 각형 배터리 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전기차 수요가 당장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삼성SDI와 GM의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더 높은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오른쪽)가 7월27일 미국 미시간주 밀포드에 있는 자동차 시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가운데 테네시 공장은 전기차용 설비 일부를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설비로 전환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GM은 지난 6월 ESS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ESS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통계 분석 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ESS용 배터리 용량은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54기가와트(GW)의 ESS용 배터리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이 대략 1GW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 54기 전력 용량에 해당하는 ESS가 새로 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GM은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합작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전량 넘겼지만 합작 법인을 유지하면서 생산 협업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삼성SDI와 대비되는 모양새다.
이는 GM이 전기차 사업 축소에 들어가기 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공장 투자를 완료했다는 점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합작 법인의 오하이오 공장은 2022년 8월부터, 테네시 공장은 2024년 2월부터 각각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SDI와 합작 법인에서 건설 중인 인디애나 공장은 아직 공사 중이어서 투자를 철회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GM은 올해 초 전기차 투자와 관련해 이미 18억 달러(약 2조5400억 원)의 손상차손을 지난해 4분기에 반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분기에도 12억 달러(약 1조6900억 원)를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손상차손은 회사 자산의 가치가 장부보다 크게 떨어졌을 때 그 차이를 손실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GM으로서는 전기차 투자의 손실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SDI와 합작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면서 향후 추가될 투자 부담도 줄이려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대세를 이루고 있는 LFP 배터리에 대항할 고망간 배터리 개발도 협업하고 있다.
고망간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재에 고가의 니켈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망간 비중을 높인 전지로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GM은 고망간 배터리를 LFP 수준의 비용 경쟁력과 더 높은 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다시 반등할 경우를 대비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이라는 의미가 있다.
GM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는 커트 켈티 부사장은 지난 6월9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이터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에 LFP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고망간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GM이 ESS와 고망간 배터리 생산 및 개발 협업을 이어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삼성SDI도 북미 ESS 수요 증가에 대응해 단독 공장을 통해 생산 능력을 늘린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 7월30일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하반기 수주 가능성이 높은 ESS 프로젝트도 반영하면 2028년부터 생산 능력이 모자랄 전망이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