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 사업 강화에 힘을 싣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투자은행(IB)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 획득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기반을 확보하면서 비부동산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뒤 발행어음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정례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의결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9일 금융당국에 초대형 투자은행 지정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지 약 1년2개월 만에 최종 문턱을 넘으면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국내 9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말한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증권사가 사업 외형을 확대할 수 있는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메리츠증권도 오랜 기간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해 온 만큼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달 9일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은 17일 첫 상품 출시를 발표하고 2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업금융 확대를 추진하는 김종민 대표로서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6월 말 별도기준 자기자본 약 8조3500억 원을 단순 적용하면 발행어음을 통해 최대 약 16조7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IB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김 대표는 과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발행어음 제도 개선이 모험자본 공급 강화 등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그 취지에 부합하게 순수 기업금융 부문의 비중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는 비부동산 기업금융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 균형 잡힌 IB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자 하는 메리츠증권의 전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72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삼성증권을 거쳐 2014년 메리츠화재 자산운용실장 상무로 합류했고 이후 메리츠화재 전무와 부사장, 메리츠금융지주 그룹운용부문장 등을 역임한 뒤 2024년 7월 메리츠증권 기업금융·관리 부문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2025년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채권발행시장(DCM)·주식발행시장(ECM)·신디케이션 조직을 갖추면서 부동산금융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던 메리츠증권 IB사업을 채권발행시장, 주식발행시장, 기업공개(IPO) 등 비부동산 기업금융으로 넓히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5년 12월 메리츠제1호스팩을 상장하면서 약 14년 만에 IPO 시장에 복귀했고 올해 6월에는 메리츠제2호스팩도 상장했다. 일반기업 IPO로 범위를 좁히면 2011년 한국종합기술 상장이 마지막이다.

▲ 금융당국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IB 전략과 결이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증권>


다만 메리츠증권이 후발주자로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조달비용을 관리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기존 사업자들이 이미 상당한 고객 기반과 발행잔액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신규 사업자까지 잇따라 시장에 가세하면서 고객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첫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삼성증권은 첫 발행어음 출시와 함께 2~90일물에 연 5.5%, 365일물에 연 4.3%의 특판 금리를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1월 약정 기간에 따라 연 3.4~3.6%의 특판 금리를 제시했고 2월 신한투자증권도 발행어음 첫 출시 당시 365일물 특판에 연 4.0%를 적용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초기 고객을 확보하려면 기존 사업자에 뒤지지 않는 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그동안 축적해 온 IB역량과 리스크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기업과 성장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정적 자금조달을 기반으로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테일 고객에게는 양질의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