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4년 금고 운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다음 달 본격화하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이 평가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초대 금고 선정에서 지역농협의 점포와 지방세 수납 실적을 NH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지방은행 6곳이 공동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농협은행·광주은행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지기 재격돌 예고, 최대 변수는 '지역농협 합산'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4년 금고 운영권을 놓고 NH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이 다음달 다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농협은행이 1금고를 수성한다면 지방은행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남광주특별시는 2027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 동안 특별시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공개경쟁 절차를 다음 달 시작한다.

현재 전남광주특별시 1금고는 농협은행, 2금고는 광주은행이 맡고 있다. 두 은행의 운영 기간은 특별시가 공식 출범한 7월1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6개월이다.

전남광주특별시는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른 과도기적 조치로 초대 금고의 운영 기간을 6개월로 한정했다.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의 금고 계약 기간이 서로 달랐던 만큼 올해 말까지 운영할 금고를 우선 선정한 뒤 관련 조례를 정비해 2027년부터 4년 동안 운영할 정식 금고를 다시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정식 금고는 초대 금고와 달리 4년 동안 운영권이 보장되는 만큼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광주특별시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합쳐지면서 모두 27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대형 지방자치단체가 됐다. 초대 1금고의 관리 대상만 약 21조 원 규모다.

은행으로서는 대규모 지방자치단체 자금을 장기간 관리하는 데 따른 이자·수수료수익뿐 아니라 공무원과 산하기관 등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고 지역 내 영업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통합으로 특별시의 재정과 행정 규모가 커진 만큼 금고 운영권이 갖는 상징성도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경쟁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는 금고 평가 과정에서 지역농협의 점포와 실적을 농협은행 실적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꼽힌다.

농협은행과 광주은행은 초대 금고 선정에서도 1금고 운영권을 놓고 경쟁했다. 그 결과 농협은행이 1금고를 차지하고 광주은행이 2금고를 맡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지역농협 실적 합산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금고 평가는 정량평가 70%, 정성평가 30%로 이뤄졌다. 금고선정심의위원회는 정량평가 항목 가운데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 등에 지역농협 실적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기준 농협은행의 광주·전남 지역 점포는 93곳으로 광주은행의 126곳보다 적지만 지역농협 점포까지 더하면 580곳에 이른다. 지역농협 점포를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하는지에 따라 평가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셈이다.

광주은행은 농협은행과 별도 법인인 지역농협의 점포 수를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지역농협을 농협은행의 영업망으로 인정한다면 지역농협의 재무상태 등 다른 금융 관련 지표 역시 함께 반영해야 형평성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역농협은 농협은행과 별도 사업자인데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 등 유리한 지표만 농협은행 실적에 합산하고 기업 신용평가등급 등 다른 지표는 별도로 평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초대 금고 선정 이후 본안 소송까지 예고했으나 현재는 소송 제기를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방세 수납 실적과 점포 수 합산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 제기는 광주은행을 넘어 지방은행권 전체로 확산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부산은행, iM뱅크, 경남은행,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은 7월 세종시 행정안전부를 찾아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평가기준과 관련한 제도 개선과 예규 개정을 공동으로 건의했다.

이들은 금고 지정 평가에서 지역농협 실적을 농협은행 실적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외 신용등급 평가 방식 개선과 금고 지정 평가기준의 객관성·일관성 확보도 함께 건의했다.

영업 기반이 서로 다른 지방은행 6곳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지역농협 실적 합산 문제가 전남광주특별시 한 곳의 금고 경쟁에 그치지 않고 향후 각 지역의 금고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역농협의 점포와 실적을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할지는 지방자치단체별 금고 선정 기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다음 달 공개될 전남광주특별시의 정식 금고 평가 기준에 지방은행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초대 금고 선정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잡음이 발생한 데다 지방은행들이 제도 개선을 공동으로 건의한 만큼 기존과 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금고는 4년 동안 운영되는 정식 금고라는 점에서 평가 기준과 선정 결과를 둘러싼 파장은 초대 금고 때보다 커질 수 있다. 전남광주특별시가 지역농협 실적을 산정하는 방식이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평가기준의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공동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한 사안인 만큼 이번 정식 금고에서 어떤 평가 기준이 적용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방은행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광주은행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지기 재격돌 예고, 최대 변수는 '지역농협 합산'

▲ 전남광주특별시는 2027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 동안 특별시 금고를 운영할 금융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공개경쟁 절차를 다음달 시작한다. <연합뉴스>


다만 금고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금융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농협은 농협은행과 별도 법인이지만 은행 점포가 부족한 읍·면과 도서지역까지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지방세 수납 등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전남광주특별시가 광주 도심부터 전남의 시·군과 도서지역까지 넓은 권역을 아우르는 만큼 금고 평가에서도 실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지역농협의 점포와 실적을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할지와 포함한다면 점포 수와 지방세 수납 실적뿐 아니라 신용등급 등 다른 평가 항목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지에 모아진다. 

농협은행은 이러한 지역농협과 연계한 광범위한 금융망을 강점으로 내세워 1금고 수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광주은행은 지역 기반 지방은행으로써 역할과 평가기준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1금고 탈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역농협이 농협은행과 엄밀히 같은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예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망”이라며 “특히 전남의 읍·면이나 도서지역에서는 지역농협이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