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백화점의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 고객들이 페루 마추픽추로 향하는 벨몬드 하이럼 빙엄 럭셔리 열차 안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있다. <신세계>
신세계백화점의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는 북극점 쇄빙선 탐사와 해외 유명 공연 관람 등 차별화 상품을 앞세워 론칭 1년 만에 5천 명 넘는 예약 고객을 확보했다. 백화점의 콘텐츠 기획력과 VIP 고객의 희소한 경험을 향한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가 론칭 1주년을 맞이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비아신세계는 2025년 8월5일 출범한 뒤 2026년 7월22일까지 누적 예약 고객 5296명을 확보했다. 이용 고객의 약 20%는 다른 여행상품을 다시 예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 5명 가운데 1명이 비아신세계를 다시 찾은 셈이다.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2026년 1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매출은 론칭 첫해인 2025년 8월5일부터 12월31일까지보다 1400% 증가했다. 비교 기간이 약 5개월에서 7개월로 길어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초기 사업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비아신세계는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처음으로 백화점이 여행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다른 백화점들도 여행사와 협업해 VIP 대상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별도 플랫폼과 전담 조직을 갖추고 프리미엄 여행상품을 상시 운영하는 곳은 사실상 신세계가 유일하다.
정유경 회장의 전략은 여행을 별개의 신규 사업이 아니라 백화점 VIP 서비스의 연장선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비아신세계 여행상품 구매액은 백화점 VIP 선정 실적으로 최대 100% 인정된다. 고객은 여행비로 VIP 실적을 쌓고 신세계백화점은 고객이 점포에서 쇼핑하지 않는 동안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비아신세계의 서비스는 고객이 여행 가방을 꾸릴 때부터 시작된다.
비아신세계는 여행에 앞서 전문가 강연을 열어 목적지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설명한다. 출국 당일에는 전용 운전기사가 고객의 자택에서 공항까지 이동을 지원하고 공항 수속도 돕는다. 귀국 뒤에는 미식과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행의 여운까지 관리한다.
백화점 점포도 여행 상담창구로 활용된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의 일대일 여행상담 공간 ‘트래블 컨시어지’ 평균 예약률은 각각 70%와 80%로 집계됐다. 고객의 예산과 동행자, 관심 분야를 파악해 상품을 제안하고 예약과 결제까지 연결한다.
비아신세계가 겨냥한 시장은 객단가에서도 드러난다.
신세계백화점이 집계한 비아신세계 객단가는 1천만 원으로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에 속한다. 대규모 송객보다 희소한 콘텐츠와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독자적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아신세계의 프리미엄 여행은 비즈니스석과 특급호텔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목적지뿐 아니라 누구와 함께 무엇을 보고 배울지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비아신세계는 지난 1년 동안 북극점 쇄빙선 탐사와 아부다비 모터스포츠 결승전 관람, 르완다·탄자니아 야생동물 탐방,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 스위스 미식여행 등을 선보였다. 상품에 따라 탐험가와 학자, 예술·건강 분야 전문가의 사전 강연이나 동행 프로그램도 결합했다.
▲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의 백화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이 비아신세계를 통해 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높은 예약액을 기록한 상품은 ‘남미, 여행의 기준을 다시 쓰다’였다. 1인당 가격이 360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도 예약액은 33억 원에 이르렀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완성되는 쉼의 미학과 산책의 순간’은 1인당 1600만 원 이상 가격에 예약액 19억 원을 올렸다. 1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스위스&이탈리아, 알프스 마테호른에서 돌로미티까지’도 예약액 15억 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가 백화점에서 쌓은 문화 콘텐츠 기획력을 여행에 적용한 상품도 흥행에 성공했다.
비아신세계가 올해 1월 내놓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나고야 리사이틀 투어’는 1인당 가격이 460만 원이었지만 예약 시작 30분 만에 정원 20명이 모두 찼다. 앱이나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기존 고객에게 문자로만 안내했는데도 200명 넘는 고객이 동시에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이 5천만 원을 넘어가도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1인당 5600만 원인 남미 벨몬드 럭셔리 여행은 하루 만에 정원 10명이 모두 찼고 판매 종료 뒤에도 약 20명이 대기했다. 2026년 11월 출발하는 같은 상품의 가격을 5900만 원으로 높였지만 모집인원 11명을 모두 확보했다.
앞으로 선보일 상품의 가격대는 더 높아진다. 신세계백화점은 2027년 6월 출발하는 1인당 5200만 원 규모의 페루·갈라파고스 여행과 같은 해 7월 출발하는 7700만 원 규모의 르완다·탄자니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비아신세계의 성과는 정 회장이 추진해온 백화점 콘텐츠 차별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된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술과 미식, 패션·뷰티를 강화하며 상품 판매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써왔다. 비아신세계는 백화점 안에서 축적한 콘텐츠 기획력과 VIP 서비스를 해외 여행지로 옮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물론 비아신세계가 대형 여행사와 전체 거래 규모를 겨룰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5천 명 넘는 예약 고객과 20%의 재구매율은 백화점 VIP 고객이 고급 여행에서도 신세계의 이름과 상품 선별 역량에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백화점 고객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연·예술·미식·럭셔리 여행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비아신세계를 단순한 여행 예약 플랫폼이 아닌 백화점만의 프리미엄 경험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