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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참여해 비수도권 '균형발전'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반도체·피지컬 AI 등 첨단 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수도권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 거점을 선점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으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인재·전력·용수 확보나 반도체 업황에 따라 메가프로젝트의 투자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거나 집행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6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주요 기업과 함께 진행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생산능력, 공급망,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 장기 성장전략과 직결된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비수도권 지역에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기반을 지원하는 정부의 신산업 정책으로, 호남·충청·영남에만 1600조 원이 투입된다.
삼성은 1600조 원 가운데 625조 원을 담당한다.
호남(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425조 원, 충청 고대역폭메모리(HBM)·디스플레이·배터리 거점 구축에 140조 원, 영남 피지컬 AI 산업에 60조 원을 배정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AI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한 속도로 변해 삼성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에도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가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며 "이에 따라 새로운 (반도체 생산)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삼성의 비수도권 투자 확대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인 '지방 소멸'을 막고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발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투자→고용 창출→인재 유입→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 자립형 구조를 지향하는 만큼, 지역 내 산업 생태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기반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도 비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부지를 확보하고, 호남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을 선점함으로써 생산 기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삼성의 핵심 글로벌 고객사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호남은 태양광 발전량만 11기가와트(GW)로, 전국 태양광 발전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우창 청와대 국가AI정책비서관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서남권은 재생에너지가 이미 충분히 많고, 더 늘릴 수 있다"며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첫 삽을 뜨는 데 6년이 걸렸지만, 호남에서는 이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최고 권력자의 의지"라고 말했다.
반도체 특구 내 연구개발(R&D)과 핵심 공정 인력에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하거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 단위로 넓혀 글로벌 속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 52시간 규제로 차세대 반도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호소해왔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25년 주주총회에서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근무를 하고 싶고 더 많은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도 주 52시간 규제로 인해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재의 실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의 비수도권 메가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여전히 현실적 장애물들이 남아 있다.
우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세제 혜택 등은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노동계는 이미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메가 특구 내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는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장시간 노동 체제를 제도화하려는 심각한 노동 개악"이라며 "특정 산업의 경쟁력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산업과 업종에서도 동일한 요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재 확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석·박사급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수도권 근무를 강하게 선호하는 상황에서, 지방에 최첨단 공장이나 연구소를 구축하더라도 우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배영 포스텍 교수는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 균형발전 x AI 성장을 위한 해법' 토론회에서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좋지만, 지방으로 이전해오는 인력들이 오래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사전에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자리·주거·교통·의료 등 필수 인프라를 측정하는 '안심 지표'와 정주 여건·문화 자원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만족 지표'를 측정하고 개선함으로 인력들의 정착 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력·용수 확보가 늦춰지거나 반도체 업황에 하강 국면이 올 경우, 비수도권 메가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발표는 AI 시대 메모리 초호황 지속을 전제로 한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강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판단된다"며 "다만 반도체 증설 의지에도 전력과 용수 부족 이슈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