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접 후보와 함께 유세 현장을 뛰고 있는데, 결집 효과와 역풍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어 실제 표심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6일 정치권 동향을 종합하면 지방선거 막판 여야가 접전지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박근혜·문재인·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쪽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데 이어 25일 충북 옥천에 있는 모친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찾았다. 같은 날 대전에서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충남 공주 산성시장에서는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은 충청권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27일 부산·울산·경남을 방문하고 28일에는 강원 원주에서 지원 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후 부산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와 기장시장을 방문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선거 지원 현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7년 탄핵 이후 처음이다. 대구와 충청권에 이어 부산·울산·경남, 강원까지 움직이는 것은 보수 지지층을 막판에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행보로 읽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한 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노년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어 접전 지역 표심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공개적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청계천을 함께 걸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은 내가 만들었지만 오 후보가 그 위에 도서관도 만들고 문화시설도 더해 아주 아름답게 만들어놨다"며 "오 후보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행보는 박 전 대통령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핵심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상징성이 크다면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이라는 서울시정 성과의 상징을 매개로 오 후보의 행정 경험과 현직 프리미엄을 부각하는 쪽에 가깝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특정 지역의 정책 기억과 결합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와 별도로 문 전 대통령은 온라인에서 '간접적으로' 선거판에 이름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30여 차례 누른 일을 두고 정치권에서 해석이 엇갈렸다.
평택을은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후보가 범여권 표심을 놓고 경쟁하는 지역인 만큼 문 전 대통령의 '좋아요' 표시도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 대상으로 다 누른 것"이라며 특정 후보 지지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가 지방선거 막판에 잇따르는 것은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이 절실한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이 여러 곳에서 열세를 보이면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호출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 실제 보수 진영 두 전직 대통령이 찾은 선거 현장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열세를 보이거나 경합을 벌이는 지역들이다.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곳곳에서 접전 구도가 이어지면서 각 진영은 새로운 확장 메시지를 내기보다 먼저 자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06년 5월20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괴한 지충호에게 커터칼로 피습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의 선거 지원이 실제 판세에 영향을 준 전례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시장 선거 막판 판세를 흔든 상징적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현직 시장이던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와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의 대결에서 지원 유세 중 피습당한 박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대전은요?"라고 물은 일화가 판세 급반전의 계기로 거론돼 왔다.
실제 선거에서도 박 후보가 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지원이 항상 확장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존재감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강한 지지층에는 동원 신호가 될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지닌 정치적 기억이 선명할수록 반대 진영이나 중도층을 자극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를테면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2026년 탄핵의 기억을 다시 소환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청계천 동행도 서울시정 성과를 환기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거 중도층 표심 공략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을 두고 "보수의 어떤 결집을 가져오는 효과는 확인하는 의미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타나서 계속 돌아다니고 계속 동선을 확보해서 움직이면서 유세를 하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