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야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3500억 달러(약 51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관리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에 합의했다.

다만 한미전략투자공사 조직 규모는 기존 의견보다 대폭 축소된 '미니 컨트롤타워' 형태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단순히 기업 지원 차원을 넘어 국부 유출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며 대미 투자 수익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막대한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3500억 달러 굴리는 '50인'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잰걸음, '국부 유출' 우려 넘을까

▲ 5일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대미투자특별법안은 오는 9일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이후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안에 합의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특별위원회를 마친 뒤 "별도 투자공사를 설립할지 한국투자공사(KIC)에 맡길 것인지 논의한 결과 투자공사를 설립하되 최소 규모로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합의의 핵심은 '슬림화'다. 당초 500명 규모로 논의되던 조직은 50명 이내로, 이사진은 5명에서 3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자본금 역시 여러 입법안보다 줄어든 2조 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정부가 전액 출자한다.

이는 별도의 비대한 공공기관을 만들기보다, 한국투자공사(KIC) 등 기존 인프라와의 중복을 피하면서도 대미 대체투자라는 특수 목적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조직 규모는 대폭 축소됐지만 한미전략투자공사 관리해야 할 자금의 규모와 책임은 막중하다. 

신설될 한미전략투자공사는 미국과 합의한 3500억 달러(첨단산업 2천억 달러, 조선 협력 1500억 달러) 투자의 집행과 관리를 총괄한다. 

이처럼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정치권과 학계의 시선은 '국부 유출' 리스크로 향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공사가 단순한 자금 전달자를 넘어, 실질적으로 이익을 회수하는 전략적 수익 창출자로서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온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대미투자특위 입법 공청회에서 특별법 통과에 찬성하면서도 "자금이 국외로 유출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보호 조치와 병행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3500억 달러 굴리는 '50인'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잰걸음, '국부 유출' 우려 넘을까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공청회에서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경제안보 전략과 국익에 부합하는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완수해야 할 당면 과제이자 첫 번째 임무는 이른바 '관세 방패' 역할이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관세 폭탄이라는 손실을 피하고, 투자에 따른 배당과 기술 통제권이라는 실질적 수익을 국내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경제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가 반복되는 것에 대비해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정교한 투자 데이터와 리포트를 무기로 한국의 경제적 기여도를 입증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긴급 호소문을 내고 "미국이 특정 국가와 품목에 선별적 관세를 부과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우리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절박한 진단을 내놓았다.

이에 경제 6단체는 우리 기업들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회가 특위 활동 기한 내에 대미투자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나아가 한미전략투자공사는 이번 투자가 결코 미국을 향한 일방적 '퍼주기'가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단순히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인 지분과 배당, 핵심 기술 통제권을 확보해 국내로 환원하는 '수익성 극대화'가 성적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역시 4일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투자는 원리금을 회수하는 상업적 투자"라며 "이 사업을 소극적으로 보면 마치 돈을 뜯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의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여야는 '관리의 투명성'과 '검증의 엄격함'을 살린 체계를 한미전략투자공사에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여야는 한미전략투자공사의 직접 출자로 인한 조직 부실화와 방만 운영을 막기 위해, 투자 자금을 '한미전략투자기금'이라는 단일 창구로만 집행하도록 합의했다.

또한 가장 큰 쟁점인 국부 유출 및 자본 이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촘촘한 '3단계 검증 체제'라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검증 체계는 공사 리스크관리위원회, 산업부 사업관리위원회, 재경부 운영위원회로 이어진다. 이는 정치적 외풍이나 무리한 투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설계로, 50인의 전문가 집단이 상업적 타당성을 1차로 검증하면 정부 부처가 정책적 적절성을 다시 한번 면밀히 확인하는 구조다.

이번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및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합의는 지난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여당의 사법개혁 법안 처리 여파로 특위가 파행되기도 했지만 경제 안보라는 시급성 앞에 손을 맞잡게 된 것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는 단순한 자본 유출이 아니라 산업·기술·공급망 협력을 통해 국부를 확대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