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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소비 침체에 오프라인 유통가 분위기 '울상', 가을에는 신바람 불까

남희헌 부장직대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9-06 08: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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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소비 침체에 오프라인 유통가 분위기 '울상', 가을에는 신바람 불까
▲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초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기업 관계자와 만났던 자리에서 들었던 얘기다.

“지난해도 힘겹게 버텼는데 올해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비심리가 확 얼어붙을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워낙 많이 들립니다.”

당시에는 걱정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했던 변수는 아닌 만큼 조금만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는 위기를 너무 과장해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닌가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서민들이 주로 장을 보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소위 부자들이 돈을 쓰는 백화점, GS25와 CU, 세븐일레븐과 같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주 찾는 편의점 등의 월간 매출이 잡힌다.

이마트에브리데이와 롯데슈퍼,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슈퍼마켓과 쿠팡,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매출까지 포함되니 사실상 국내 소비 동향을 보여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8월 말 발표된 7월 성적은 이런 면에서 꽤 충격적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7월 매출은 2023년 7월보다 3.0% 빠졌다. 월별 매출 증가율이 음수를 기록한 것은 올해만 1월과 4월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지난해를 통틀어 성장률이 음수를 기록한 적은 두 번밖에 없다. 통계상 상반기를 막 지났을 뿐인데 벌써 세 차례나 성장률이 후퇴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증거다.

8월 기록적인 무더위가 있었다는 점을 기록하면 9월 말 발표될 통계에서 ‘2달 연속 역성장’이라는 수치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를 조목조목 뜯어보면 성적이 더 심각하다.

가전과 문화(-13.2%), 패션과 잡화(-6.0%), 아동과 스포츠(-9.3%), 생활과 가정(-7.0%), 해외 유명 브랜드(-11.0%) 등 주요 상품군의 매출이 모두 뒷걸음질했다.

그나마 먹어야 살 수 있어서 그런지 식품군의 매출은 0.6% 빠지는데 그쳤다.

유통채널별로 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각각 7.9%, 6.4% 후퇴했다. 집 근처 쇼핑이 늘어난 덕분에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의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고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만 봤을 때 전체 소비 규모가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지표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최근 경제동향’ 8월호를 보면 6월에 이어 7월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두 유통채널에서 일어나는 소비가 두 달 연속으로 뒷걸음질한 것은 코로나19가 막 발생했던 2020년 5월 이후 50개월 만이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사의 7월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16.9% 성장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월별로 주로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는데 올해는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통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됐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부진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쇠락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그렇게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국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마트만 약 400개다. 각 점포는 정직원과 파견 및 간접고용 인원 등을 포함해 평균 250명가량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자리 총 10만 개가 대형마트에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힘을 못 쓰면 이 일자리부터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수 년 동안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연달아 폐점해 1만 명가량을 감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마트는 최근 수 년 동안 몇 차례 희망퇴직을 이미 진행해 사람을 줄였으며 이마트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마트 사람들은 그동안 회사를 ‘사람을 자르지 않는 기업’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이미 다 옛말이 됐다.

물론 희망도 없지는 않다. 오프라인 유통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살 길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마트가 최근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재단장해 문을 연 ‘스타필드마켓’은 재개장 당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예전같으면 고객들에게 ‘이 상품 사세요’라고 마련했던 공간을 ‘이 자리에서 쉬세요’라고 마련해주니 고객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인근을 오가며 매장에 잠시 들려 쉬다가 방문한 김에 장도 보게끔 하자는 이마트의 전략이 우선 합격점을 받은 모양새다. 실제로 고객들이 찾을 만한 유인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저마다 내세울 만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소비 부진의 그늘을 완전히 비껴가기 힘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업황을 거스를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조금씩 지갑을 여는 ‘소비의 계절’ 가을이 온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앞으로도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마냥 바라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지, 아니면 상황이 점차 나아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사실 아닐까. 오프라인 유통가에서 모처럼 신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남희헌 유통&성장기업부 부장 직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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