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1월] "요즘 싸늘합니다", 불안의 먹구름 건설업계 뒤덮다

▲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영화 '타짜'에서 고니는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다. 고니는 속으로 이런 말을 하고 이제 도박 속의 도박, 진짜 도박을 시작한다.

10월 말, 중견 건설사 간부와 자리를 함께 했다. 레고랜드 사태에 정부가 50조 원 이상을 시장에 쏟아 붓는다고 했고, 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듯 보일 때였다.

분위기가 괜찮아졌는지 물었다.

그는 잠시 호흡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싸늘합니다.”

그는 20년 이상 건설사 밥을 먹었다. 이렇게 덧붙였다. “조만간 어디서 뭔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외환위기를 앞두고 있었던 시절이 딱 이랬어요.”

어느 업계나 비슷하지만 상위 10위권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물론 한보그룹과 대우그룹 사태와 같이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예외였다. 그래서 보통 위기는 20위권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20위권이면 이를테면 ‘중견’이라는 말을 듣는데 파장이 위로, 아래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 하락에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25조 원 이상이 물려 있다.

이미 비수도권을 무대로 뛰고 있는 소형 건설사들은 운명을 하늘에 맡긴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벌써부터 중견 건설사들 가운데 어디어디가 좋지 않다는 말이 건설업계 안에서 돌기 시작했다. 이제 건설업계 누구도 안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80분 동안 열고 텔레비전 생중계까지 했지만 정작 중요한 레고랜드 사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억 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풀어주는 등 대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고금리 시대에, 가계 빚이 이렇게 엄청난데, 다시 가계 대출을 장려하고 있다. 정부는 과연 경제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나.

건설업계는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 있지만 결국은 극복해 낼 것이다. 우리는 그 혹독한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다만 그동안 힘없는 사람들이 겪을 고통이 걱정이다. 많은 병사들이 쓰러질지 모른다.

영화 '타짜'에서 "싸늘하다"는 말에 이어 고니는 곧장 이렇게 덧붙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고니는 평 경장한테 배워둔 기술에 새로운 전략을 더해 판을 뒤집었다.

우리 건설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다.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는 명민함, 손목까지 큰 망치 앞에 내민 대담함을 갖춘 최고의 전략을 쓴다면 이번 판도 뒤집을 수 있다.

다음은 11월 초 업계 동향을 분야별로 정리한 것이다.

◆ 부동산 시장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우해 각종 대출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대상으로 투기지역이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비율을 50%로 완화하기로 했다.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한다.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크게 오른 현실을 반영해 중도금 대출 상한도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1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분양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6년 8월부터 분양가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을 계약자가 자력으로 마련해야 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도 검토한다. 현재 전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39곳, 조정대상지역은 60곳이다.

정부가 이처럼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절벽 현상은 매월 나쁜 쪽으로 신기록을 쓰고 있다.

KB부동산이 분석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올해 4월(1752건) 뒤 크게 줄어들면서 7월(644건), 8월(673건), 9월(495건)으로 3달 연속 1천 건을 밑돌았다. 통계 작성 이후 이런 적이 없었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남아있지만 10월 말까지 거래건수도 69건에 불과해 지난해 10월(2195건)의 3% 수준을 보이고 있다.

◆ 건설사 움직임

-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2023년까지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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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부동산을 비롯해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선별수주 전략에 따라 수익성 높은 사업지를 확보하고 있고 영업이익률이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2년 3분기 매출 4조1900억 원, 영업이익 324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평택 반도체 3기 프로젝트, 평택 4기 FAB 동/복합동 골조공사, 미국 테일러공장 프로젝트, 베트남 발전 프로젝트 등 하이테크 프로젝트 수주실적이 10월 말 기준 9조6천억 원 수준이다. 반면 주택 매출 비중은 11~12% 수준으로 원자재값 상승 등 시장 이슈에도 수익성을 방어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사업 비중에서 드러나듯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분야 수주실적에서는 2021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10월 말까지 도시정비 누적 수주실적이 8172억 원으로 1조 원도 되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2021년에도 도시정비 수주실적이 1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올해는 흑석2구역 재개발사업(공사비 5700억 원),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공사비 약 1조 원) 등이 남아있다.

삼성물산은 3분기 실적발표 뒤 IR보고서에서 사우디 네옴시티, 동남아 등에서 모듈러 바탕의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모듈러, 스마트 솔루션 파트너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해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연계해 신재생에너지 영역 등에서도 사업기회 확대를 추진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압도적 수주잔고와 수주능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요즘 싸늘합니다", 불안의 먹구름 건설업계 뒤덮다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4308억 원, 영업이익 1537억 원, 순이익 234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거꾸로 30.2%나 줄었다. 다행히 순이익은 58.2% 증가했다.

매출은 시장 눈높이를 10% 정도 웃도는 성적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23% 낮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2.83%로 1분기(4.14%)와 2분기(3.14%)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는 건설자재값 상승의 여파로 풀이된다.

더구나 이런 경영환경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체들은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의 영향에 일제히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한동안 내림세를 보였던 철근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 철근 분기 고시가격은 지난 2분기 톤당 89만5천 원에서 3분기 92만1천 원으로 올랐다.

다만 수주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쪽은 4분기에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여럿 있어 수주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사우디라라비아 마덴 석유화학프로젝트(15억 달러), 카타르 석유화학 프로젝트(10억 달러) 등이 우선 꼽힌다.

한편 현대건설은 올해 초 세웠던 경영목표들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3만400세대 분양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3분기까지 2만1천 세대 분양을 마쳤다. 4분기에만 1만 세대 분양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현대엔지니어링 포함)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신규수주는 22조600억 원을 기록해 목표(18조4천억 원) 대비 123%의 달성률을 보였다.

해외 쪽 신규수주는 6조100억 원을 기록해 목표(10조 원) 달성률이 60% 수준이다. 4분기에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 GS건설

GS건설은 올해 도시정비분야에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은 2021년에는 현대건설과 격전을 벌이며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올해는 현대건설이 독주하는 가운데 GS건설은 롯데건설, 포스코건설과 2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GS건설은 10월 중순까지 도시정비 수주실적이 4조874억 원으로 롯데건설(4조2620억 원), 포스코건설(4조3284억 원)에 뒤처졌다.
하지만 10월22일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하면서 5948억 원을 단숨에 추가하게 됐다.

GS건설은 연말 수주결과를 기다리는 남은 사업장도 꽤 있다.

GS건설은 현재 서울 가락금호아파트 리모델링, 안양 뉴타운삼호 재건축사업, 성남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등에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 영업이익 경신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대우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7조2109억 원, 영업이익 5132억 원, 순이익 3964억 원을 냈다.

대우건설은 2021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 7383억 원을 거뒀는데 4분기에 225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백정완 사장이 취임 첫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중흥그룹에서 요구하고 있는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3분기 기준 부채비율 200.3%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247.6%를 보이다 1분기 225.2%, 2분기 210.7%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은 롯데건설과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예상 공사비 7900억 원)을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제시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패배한 경험이 없다. 이를 이어가기 위해 후분양이란 승부수도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는 11월5일 열린다.

-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경기악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롯데건설은 최근 유상증자, 롯데케미칼로부터 단기차입에 더해 해외은행과도 접촉하면서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섰다.

도시정비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도시정비 수주 사업장에서 입찰 보증금 일부도 돌려받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5월 수주한 서울 강북구 미아3재정비촉진지구 주택개발조합에 맡겨놓은 입찰보증금 30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돌려받았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가 2023년 3월 말까지라서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롯데그룹 임원인사는 11월 초로 예상되고 있다.

- 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이 올해 7월 출시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의 데뷔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데스크리포트 11월] "요즘 싸늘합니다", 불안의 먹구름 건설업계 뒤덮다

▲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건설은 서울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예상 공사비 3700억 원)에 오티에르를 내세워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14일 마감된 1차 입찰에서 포스코건설이 단독입찰함에 따라 수주가능성이 높았지만 10월26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이 참석하면서 시공사 선정 일정이 2023년 1월로 미뤄지게 됐다.

단독입찰이 두 번 연속 이뤄지면 조합은 수의 계약으로 시공사로 선정할 수 있다.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포스코건설의 2회 연속 단독 응찰이 확정돼 본입찰을 거치지 않고 12월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어 수의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대우건설과 하이엔드 브랜드로 맞붙을 공산이 큰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예상 공사비 3700억 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은 올해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수장을 바꿨다.

윤명규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는 2023년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6년 동안 이끌어온 신세계건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윤 대표는 신세계와 이마트, 이마트24 등 신세계그룹 유통사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2016년 11월 임원인사로 신세계건설 대표에 올랐다. 윤 대표는 신세계건설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론칭해 키워 왔다.

신세계건설 차기 대표에는 정두영 신세계건설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건축공학을 전공한 내부 인사로 주택건설분야 전문성 강화에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