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 자리를 놓고 두 거물급 정치인 사이 대결이 결과를 속단하기 쉽지 않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두 후보가 각자의 약점을 극복해 중도층으로 지지층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충북지사 거물급 대결, 노영민 여론조사 앞선 김영환 따라잡기 총력전

▲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가 4월28일 MBC충북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 사이 여론조사 지지율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어 결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당초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노 후보의 분위기가 좋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노 후보와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노 후보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를 지역구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에서 주중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지역 기반에 인지도까지 갖춰 민주당의 단수공천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대선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대선 승리에 힘입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4선 거물 김영환 후보를 내세우면서 판세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치과의사 출신으로 경기 안산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대중정부 때는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윤 대통령과 소통했고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기도 했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 가능하고 충북 현안을 해결할 힘을 가진 후보는 김영환 밖에 없다”고 강점을 내세운다. 이러한 자신감에 지역 여론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북기자협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4월30일~5월1일 유권자 1004명을 대상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52.9%, 노 후보가 37.0%의 지지를 얻어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섰다.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충청의 아들’을 표방한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지역 발전 기대감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충북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전국 평균을 웃도는 50.67%라는 지지를 보내 당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다져온 노영민 후보가 다시 저력을 발휘하면서 김 후보 추격에 나섰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15~16일 유권자 8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나타났다. 노 후보는 37.8%, 김 후보는 43.9%의 지지를 받아 노 후보가 김 후보와 격차를 6.1%포인트까지 좁혔다.

가장 최근인 20~21일 충북기자협회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52.3%, 노 후보가 38.2%의 지지를 얻었다. 격차가 작지는 않으나 5월 초 같은 기관의 1차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1.8%포인트 줄어들었다.

두 후보자는 공통점이 많고 공약 차이도 크지 않아 승패는 결국 약점 극복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 모두 청주를 고향으로 하고 청주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197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삶의 궤적도 비슷하다.

최근 노 후보와 김 후보 측의 공약이 다수 겹치거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표절’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20일 보도자료를 내 “경기지사에서 충북지사로 방향을 돌린 김 후보가 졸속공약을 쏟아내면서 지속적·의도적으로 노 후보 공약을 베끼고 있다”며 “공약 베끼기는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비슷하면 다 베낀 것이고 공약에도 지식재산권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이라며 “네거티브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문재인정부 비서실장을 맡아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정권 교체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지난 정권의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특히 그는 비서실장에 재직할 때 다주택을 보유한 참모들에게 '똘똘한 한 채'를 강조하며 주택 처분을 권하면서 자신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남기고 청주 아파트를 팔아 지역 민심에 상처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 후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정부 시절 집값 안정을 위해 지정했던 조정대상지역들을 해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집값 상승이 시장친화적 정책을 외면하고 규제로 일관했던 점에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규제 해제를 내건 것이다. 충북도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청주시를 두고 "청주시 조정대상지역 해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그가 비서실상으로 있던 2020년 6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대출 규제가 강화돼 지역 부동산경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의 약점은 경기도 안산 지역구에서 4선을 하면서 지역을 오래 떠나 있던 점이다.

노 후보는 “김 후보는 1973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50여 년 만에 충북으로 돌아왔다”며 “지금까지 경기도민으로 살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지사에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충북지사로 선회하면서 불거진 '철새 정치' 내지 '유턴 출마' 논란도 있어 이러한 비판을 더욱 부채질한다.

김 후보는 이러한 비판을 놓고 “지방자치도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 오랜 기간 키워온 고향 발전에 필요한 능력과 인맥을 활용해 내 고향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 사이 공방전도 계속되고 있다.

노 후보는 최근 윤석열정부가 충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해 공동체 충북 필수 교통망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윤석열정부는 59조4천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충청권 지역균형발전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대선 후 전국 시도지사들과 만났을 때 지역균형발전은 필수라고 했던 약속은 시작부터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후보는 “저의 중요 공약이기도 한 충청내륙고속화도로는 공동체 충북을 위한 필수 교통망"이라며 "충북도민의 오랜 숙원인 영동에서 단양까지 한나절 생활권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는데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좌초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 후보는 민주당이 충북지역 권력을 잡은 12년 동안 지역 발전이 정체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김 후보는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집권 기간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국제 규격조차 갖추지 못한 채 50년이나 된 청주종합운동장과 체육관이 방치됐다"며 "청주를 비롯한 지역의 미세먼지‧대기오염은 전국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며 교육도시라는 명맥도 오래전에 끊겼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