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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삼성전자 8K TV 방어 삼성답지 못해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9-09-18 15: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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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삼성전자 8K TV 방어 삼성답지 못해
▲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센터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상무가 8K TV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리다.” 삼성전자가 LG전자와 8K TV 기술을 두고 다투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삼성답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논쟁의 핵심은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화질선명도(CM) 지표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TV는 CM값이 12%로 국제기준(50%)에 미치지 않으므로 8K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폈다.

삼성전자는 17일 “CM은 아날로그 시절 만든 지표로 8K 디스플레이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평가 단체나 전문매체에서 화질을 평가하는 요소로 CM을 사용하지 않으며 자체적으로도 CM값은 측정하지 않는다”고 방어했다.

하지만 시계를 3년 전으로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4K TV가 기존의 RGB가 아닌 RGBW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4K가 아닌 3K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이 커지자 2016년 5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은 해상도를 나타낼 때 CM을 반드시 병기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뉴스룸을 통해 ICDM의 결정을 상세히 전하면서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나타내는 최선의 방법은 CM”이라며 “단일요소 중에서 CM이 해상도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만큼 CM값이 해상도 측정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삼성전자는 4K TV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LG전자와 경쟁하고 있었지만 8K TV 개발도 사실상 마무리하고 상용화 시점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삼성전자의 설명에 따르자면 CM이 해상도의 중요한 지표라는 ICDM의 결정을 목소리 높여 알리면서 정작 8K TV에서는 CM을 스펙에서 배제한 것이 된다.

ICDM은 2016년 총회에서 새로운 측정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CM을 병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도 17일 8K 설명회에서 아직 새로운 측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했다. 현 시점에서 CM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의식한 듯 “당시에는 RGBW의 픽셀 구조 때문에 4K와 3K를 구분하기 위해 CM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물리적 해상도가 확인된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는 ICDM의 언급 외에는 정작 기술적으로 8K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CM이 필요없다는 이유가 뭔지, CM을 배제한 새로운 측정방법은 무엇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오직 자체적으로 준비한 제품비교 영상을 보여주며 화질의 우월성을 확인해 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설명회 직후 개발담당 임원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어 백브리핑 형태로 기술적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삼성전자 관계자가 끼어들어 “질문은 이미 충분히 한 것 같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결국 기술과 관련된 궁금증은 전혀 해소가 되지 않은 채 물음표를 남겼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기술을 강조하며 ‘기술의 삼성’ 이미지를 지니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8K TV 시장의 개화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수치, 기술력을 분명하게 입증하지 않으면 기술의 삼성 이미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기준을 달리 적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8K TV 논란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유수의 한국기업이 서로 비방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싸움으로 몰고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6년 삼성전자가 LG전자를 향해 3K TV 논란과 2017년 올레드TV의 번인(잔상) 논란을 제기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17일 설명회 때도 번인 현상이 일어난 LG전자 올레드TV를 입구에 전시해 뒀다. 비방전을 원치 않는다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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