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핵안보정상회의 결국 빈 손으로 기조연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결국 빈손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원자력방호방재법 통과가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날선 비판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개회식 연설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며 “그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핵 테러와 함께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의 취약한 안전성을 언급하며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핵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위한 4개 항(4-point proposal)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핵안보와 핵군축, 핵비확산의 통합적 접근 ▲핵안보에 관한 지역협의 매커니즘 적극 모색 ▲핵안보 분야 국가 간 역량 격차 해소 ▲원전 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 강구 등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빈손으로 참석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결국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24일 오후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전 원내대표가 방송법 개정안까지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협상은 불발됐다.


외신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난처한 상황을 보도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인 NOS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박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 NOS는 기사를 통해 “2년 전 서울회담에서 약속한 핵테러억제 관련 법안이 국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하며 “다른 국가들에 방사능 물질과 핵무기를 제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박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연설을 호평하며 동시에 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25일 “박 대통령의 연설은 단순한 구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박 대통령께서 연설을 하시기 전에 한국에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처리됐더라면 그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는 금상첨화의 연설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야당은 강행군으로 몸살까지 앓고 계신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느끼는 바가 있었기를 바란다”며 “국익을 팽개치는 정당은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사실을 깨닫고 국격 상승의 기회를 상실케 한 편협함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책임을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으로 돌리며 날선 비판에 나섰다.


최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핵테러방지법과 복지3법 등 민생법안들이 야당의 흥정정치로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은 끝까지 방송법과 처리를 연계하며 결국 국민의 안전과 국익, 국격, 그리고 민생을 내동댕이 쳐버렸다”고 비난했다.


최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정조준한 발언도 거리낌 없이 이어갔다. 최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새정치도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허울 좋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결국 민주당 내 소수 강경파에 휘둘렸을 뿐 변화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 중 신중치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당·정·청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박근혜 대통령 출국 전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문제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어제 박근혜 대통령께서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영변 핵 재앙이라는 신중치 못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