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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의 두산은 안녕한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3-25 12: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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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의 두산은 안녕한가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012년 4월 열린 취임식에서 '따뜻한 성과주의'를 강조했다.<뉴시스>

박용만 회장은 2012년 4월 두산그룹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3세 형제경영의 마지막 주자였다. 그는 취임식에서 “지금 두산에는 사고와 가치의 준거가 되는 강력한 기업문화가 필요하다”며 “기업문화를 발현하고 뿌리내리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미래’라는 전략을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따뜻한 성과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사람을 키우는 전략의 중심엔 따뜻한 성과주의를 두겠다”고 말했다. 따뜻한 성과주의란 구성원 사이에 끝없는 경쟁과 도태가 반복되는 ‘냉혹한 성과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커가고 또 키워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면서 성과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성과주의를 핵심전략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기업 총수임에도 16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며 트위터로 소통하는 박용만 회장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당시 박 회장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은 무거웠다.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두산건설은 2011년 12월 부채비율이 300%가 넘었고, 2011년 한 해 동안 308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초라한 성적을 냈다. 중국의 굴삭기 판매량이 감소했다. 더욱이 빚을 내 인수한 ‘밥캣’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로 예상보다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박 회장의 형인 박용현 전 그룹 회장은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최적임자가 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이 바로 박용현 전 회장이 말한 그 최적임자였다. 위기의 두산을 구해줄 것으로 온갖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그럴 만도 하다. 박 회장은 소비재 기업이던 두산그룹을 중공업 및 중장비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두산그룹의 실무를 책임지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의 두산그룹을 만들어 냈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미국 밥캣 등 굵직굵직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한편, OB맥주 등 기존 계열사를 매각했다. 그가 진두지휘했던 인수합병만 해도 17건이나 된다. ‘Mr M&A’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 ‘Mr M&A’ 박용만 두산을 짊어지다

하지만 취임하고 만 2년이 지난 지금 박 회장의 성적표는 어떨까? 일단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의 그룹 회장이라면 충분한 성적표다. 그러나 두산그룹을 탈바꿈한 명성으로 취임 때 온갖 기대를 받았던 박 회장이라면 미흡하다는 평가다. 심지어 두산그룹 회장으로서 존재감을 별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취임 첫 해인 2012년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과 주가 양쪽이 모두 부진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적자로 전환했다. 두산의 주요 계열사들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인 만큼 개인의 경영 능력으로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12년의 부진을 의식한 듯 2013년 신년사에서 “저성장 시대 이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뜻인데, 2012년 부진에 대한 ‘변명’일수도 있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다.

  박용만의 두산은 안녕한가  
▲ 박용만 회장이 2012년 6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 참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2013년 박 회장의 오랜 골칫덩어리였던 밥캣이 드디어 밥값을 하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흥시장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 핵심 자회사인 밥캣의 선전에 힘입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2013년 밥캣은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의 77%를 차지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소형건설기계장비업체인 밥캣을 야심차게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다음해인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두산은 밥캣을 인수할 때 39억 달러를 빌려 자금을 마련했다. 글로벌 건설경기가 냉각되면서 두산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두산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 뒤 미국과 유럽의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밥캣의 실적도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두산의 ‘미운 오리새끼’였던 밥캣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회장은 한숨을 돌렸다.

◆ 두산건설 리스크, 박용만은 돌파할까

두산건설은 여전히 박 회장에게 골칫덩어리다.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일산 제니스, 부산 해운대 제니스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미분양 사태를 맞아 어려움에 빠졌다. 두산건설은 2011년 308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 4491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박 회장은 두산건설을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3년 초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해 줬다. 또 알짜 사업부였던 자산가치 8700억 원짜리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도 두산건설에 넘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두산이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에 뛰어들었다”고 수근거렸다.

두산건설 때문에 두산그룹이 휘청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한때 두산건설 계열분리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를 일축했다. 두산건설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계열분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이 두산건설을 끝까지 놓지 않는 이유는 두산이 수년 동안 체질을 바꿔가며 구축하고자 했던 인프라지원사업(ISB 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의 핵심에 두산건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두산건설의 실적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올해 회사채 2880억 원의 만기를 맞는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BBB+)을 고려하면 차환발행(만기를 맞은 회사채를 갚기 위해 발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언제든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경우 두산그룹까지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산건설을 지원했던 박 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박용만은 위기대응을 준비했나


박 회장은 취임 3년차를 맞아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현재 보유중인 두산캐피탈과 BNG증권 등을 정리해야 했다.

두산그룹은 유예기간 2년을 받았지만 그동안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까지 한 차례 연장을 해줬지만 두산그룹은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대신 지분을 해외법인인 DHIA(Doosan Heavy Industries America) 및 DIA(Doosan Infracore America)으로 옮겼다.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매각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BNG증권을 인수하기로 한 갑을상사가 BNG증권 대주주 승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외식사업 정리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은 SRS코리아 매각을 추진해오다 2012년 버거킹 사업부 매각만 성공해 지금은 KFC 사업부만 남아있다. 같은 해 다시 KFC 매각도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박 회장이 취임 당시 내놓은 ‘따뜻한 성과주의’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박 회장은 직접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를 만들 정도로 인재경영을 중시해 왔다. 대학의 채용설명회도 직접 나가고 외국 MBA 졸업생의 면접을 위해 직접 출국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계열사의 부진으로 애써 영입한 인재들이 속속 두산그룹을 빠져나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회장은 올해 1일 신년사를 통해 “경영환경을 볼 때 올해는 세계경제의 회복기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회복기에 대비한 ‘계획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의 말대로라면 지난 2년은 회복기를 위한 몸풀기일 수도 있다.

박 회장은 또 “과거 경제위기 때 살아남은 기업들이 회복기의 과실을 나눠가졌지만 이번에 기업들 대부분이 살아남았기 때문에 회복세 자체가 과실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라며 “누가 더 계획된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과실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고, 준비된 자가 훨씬 더 많은 시장기회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두산그룹은 얼마나 준비를 한 것일까?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두산건설은 부채비율이 모두 300%를 넘어서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인수합병으로 부채비율이 모두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은 올해 계획된 준비를 내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박용만의 두산은 안녕한가?’ 하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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