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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했던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싸늘함이 정말 위기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7-05 15: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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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했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1218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삼구</a>,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싸늘함이 정말 위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면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내식 대란‘으로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수없이 넘겨왔지만 이번에는 사태의 양상이 예전과 달라 녹록지 않아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6일부터 사흘 동안 박 회장의 횡포를 폭로하는 집회를 열기로 결의한 데다 일부 피해 승객과 주주들 사이에서는 기내식 대란을 놓고 집단소송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회장은 사태가 발생한지 사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겠다”며 고개숙여 사과하는 등 진화에 주력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오너일가 갑횡포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만 내놓았던 모습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박 회장은 일흔넷의 고령에도 현장 전면을 지키는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는 금호타이어와 관련한 시장의 의구심이 이어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금호타이어 재인수는 없다”고 직접 못 박기도 했다.

그에게는 ‘영원한 39(삼구)세’라는 별명이 있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젊다는 뜻에서 붙었다.

박 회장은 여러 차례 궁지에 몰렸는데 항상 선봉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냈다.

나이 스물둘에 금호타이어로 처음 입사했을 당시 회사는 생긴 지 7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내며 어려움에 빠져있었다. 박 회장은 출발부터 어려웠던 셈이다.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오르고 나서도 쉴틈없이 고난과 만났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한 게 화근이었다. 이후 건설경기 불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그룹은 한 차례 공중분해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과욕으로 그룹의 핵심 자산을 잃었다”고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계에서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돈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박 회장은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퇴진했다가 2010년 15개월 만에 복귀했다. 이후 그룹 재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인수 3년 만에 재매각하는가 하면 그룹의 뿌리 격인 금호고속도 매각했다. 주말마다 계열사 행사를 모두 참석해가며 "기필코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며 의지를 다지는 강행군을 했다.

결국 2014년 말 주요 계열사들의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15년에는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을 7200억 원을 주고 되찾았다. 박 회장은 당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아들인 박세창 사장과 함께 보유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팔아 1500억 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 직전까지 갔던 아픔을 겪은 지 10년째 되는 해다. 핵심 돈줄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금호타이어를 잃는 등 후유증이 남긴 했지만 그룹의 틀은 어느정도 복원됐다고 평가된다. 

박 회장으로서는 한숨을 돌리려던 차에 다시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박 회장이 겪었던 사태의 양상이 사뭇 다르다.

회사 내부에서부터 대중과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박 회장의 '과욕'을 문제삼으며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딸 박세진씨의 낙하산인사 논란에 더해 '승무원 성추행'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박 회장 특유의 끈기와 추진력으로는 탈출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5일 박 회장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찾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모두 내 잘못이고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직원 1천여 명이 모인 '침묵하지 말자'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보면 직원들은 "급하긴 했던 모양"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확보하려는 욕심 때문에 기내식업체를 바꾸면서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의구심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회장에게 가장 두려움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기내식 대란은 조만간 진정되겠지만 직원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잘못이다"는 말을 보여주는 무거운 후속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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