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외형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손해보험사 상위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3년 동안 메리츠화재의 외형을 키우는 전략을 펼치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소위 ‘빅3’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오늘Who] 김용범, 메리츠화재 공격경영으로 손해보험사 판 흔들어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장기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2018년 1분기 30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5.7% 급증했다. 이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삼성화재(343억4800만원)를 턱밑까지 쫓아가고 있다.

초회보험료란 고객이 생명보험상품에 새로 가입해 보험사에 처음 낸 1회차 보험료로, 보험사의 성장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3월만 보면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132억9700만 원으로 삼성화재(129억8400만 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기도 했다.

신계약 규모가 단기간에 크게 불어난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김 부회장이 하반기에는 숨 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6월 7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기존 성장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메리츠화재의 시장 지배력 확대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5월 장기보험시장 점유율도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격차가 1%포인트 내외까지 축소된 것으로 추정되며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과 격차도 크게 벌렸다”고 바라봤다.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의 외형 성장을 이끌며 내세운 전략은 영업조직 효율화와 독립보험대리점 판매채널 활성화 등이다.

김 부회장은 2015년 취임한 뒤 메리츠화재의 영업점포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조직을 단순한 형태로 구조조정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활용해 독립보험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업계 최초로 독립보험대리점의 판매량에 연계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독립보험대리점에 준 수수료는 167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1118억 원), 2016년(1115억 원)과 비교하면 50%가량 늘었고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큰 증가폭으로 나타났다. 

다른 손해보험사들은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시장의 수수료체계를 흔들고 있다며 볼멘소리 내기도 했다. 독립보험대리점보다는 전속보험설계사의 역량 강화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특성상 사업비와 손해율에 중점을 두고 경영해야 하는데 ‘증권맨’인 김 부회장이 장기보험 시장점유율과 기업 외형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메리츠화재 순이익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김 부회장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했다. 

2014년 1127억 원 규모였던 순이익 규모는 김 부회장이 취임한 뒤 2015년 1713억 원, 2016년 2578억 원, 2017년 3551억 원으로 불었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는데 김 부회장 취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커졌다.

메리츠화재의 가파른 성장세는 김 부회장이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소위 손해보험업계 ‘빅3’와 순이익 격차는 1천억~6천억 원가량으로 아직 크지만 보험사의 장기 성장성을 판단하는 지표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메리츠화재가 중장기적으로 상위권 구도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독립보험대리점에 주는 수수료 부담과 신계약 급증에 따른 사업비 및 손해율 관리가 관건으로 꼽힌다.

신계약이 늘어나면 사업비가 증가하고 비우량계약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손해율이 악화돼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개선하면서 독립보험대리점을 중심으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신계약 판매전략에 제동이 걸릴 이유는 없다”면서도 “다만 단기간에 큰 폭의 신계약 판매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지표가 떨어질 위험요인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