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올해도 어두운 터널 속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올해는 조선사들이 웃을 수 있을까.

지난해 조선업황 불황으로 조선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 홀로 승승장구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의 절반 안팎을 채우는데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조선3사 합산수주액은 2013년보다 23% 줄어든 331억 달러에 불과했다. 조선강국의 명성에 빛이 바랬다.

올해도 대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조선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든 데다 원유운반선 수요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종은 중국, 일본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중국은 인건비가 낮고 일본은 엔저 수혜를 누리고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 수주가 지난해보다 6% 감소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다시 저가수주에 나설 수 있어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권오갑 “경쟁력 떨어져 있다, 재도약해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경쟁사보다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원가가 높아 수주가 어렵다”며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원가경쟁력 회복을 위해 구체적 방안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호소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3조 원을 넘는 등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는 조선업 불황 속에서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2년과 2013년 무리한 저가수주를 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가수주의 여파는 올해까지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저가수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이 저가수주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권 사장은 경쟁력 회복과 내실강화를 선택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수주는 목표의 61.2%인 153억4천만 달러에 그쳤다. 권 사장은 올해 229억5천만 달러의 수주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 296억 달러보다 22.5% 적은 것이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수주목표를 낮췄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35억 달러 목표를 설정했으나 올해 30억 달러로 축소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줄였다.

권 사장은 목표를 낮추고도 “쉽지 않은 목표”라고 털어놓는다. 권 사장은 “세계경기 침체와 유가하락, 동종업계 경쟁심화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0차례가 넘는 임단협 끝에 마지막 날에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합의안을 7일 조합원 투표에 부친다. 현대중공업이 연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권 사장은 열정으로 위기를 이겨낼 것을 당부했다. 권 사장은 “정주영 창업자는 자본, 기술, 경험도 없이 이렇게 훌륭한 회사를 만들었다”며 “우리는 강한 정신력과 뜨거운 열정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 왔다”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주어진 과제를 의지로 실천해 나가면 연말에 또 다른 결과가 우리 앞에 놓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올해도 어두운 터널 속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박대영 “생존 위해 질적 경쟁력 강화해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부진한 한해를 보냈다. 수주량이 2013년에 비해 반토막난 데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추진도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2억 달러 수주에 그쳐 목표인 15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올렸다. 2013년 133억 달러 수주에서 반토막 났다.

현대중공업의 153억 달러 수주는 물론이고 지난해 엇비슷한 수주 실적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149억 달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해온 해양플랜트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상선보다 업황의 영향을 덜 받는 해양플랜트에 주력해 왔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2013년 해양플랜트에서 89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이것은 전체의 67%에 해당한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락하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 수주는 4기 32억 달러에 그쳤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으로 플랜트 부문 경쟁력을 높이려는 계획도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해 플랜트 자재 조달과 시공 노하우를 해양플랜트에 접목하려고 했다. 합병이 성공할 경우 2020년 매출 40조 원으로 성장이 기대됐으나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에 나서며 합병은 무산됐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합의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8월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했고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마지막 날 임단협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해를 넘기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찬반투표를 걸쳐 단체행동에 나서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신년사에서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 박 사장은 “모든 공정에서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며 “모든 업무에서 내가 하는 것이 최선인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조선업종 가운데 유가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크다”며 “2015년 수주도 100억 달러 내외로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수주목표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150억 달러와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