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졌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공공기관이 하반기 대규모 채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연한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

▲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


2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전략물자관리원,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5개 공공기관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채용절차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14∼2015년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인사와 재단 명예퇴직자 2명을 공모절차없이 이사장 결정만으로 연구위원으로 위촉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공모절차를 생략하고 퇴직자·유관기관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4명을 특별채용했고 전략물자관리원과 로봇산업진흥원은 공모절차를 무시하고 이전 채용면접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은 안정적인 고용과 보수로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청년들의 선호가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가고 박탈감을 부추기는 채용부정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상시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채용비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41개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100인 이하 소규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체감사를 진행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들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지난 정권에서 이뤄졌던 채용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21일 대전도시공사 등이 지난해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채용했다는 감사결과를 담은 ‘지방공기업 경영관리실태’를 보고서를 발표했다.

20일에는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내용을 담은 ‘금융감독원 기관운영감사결과’, 12일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채용비리를 적발한 ‘공직비리 기동점검’, 5일에는 한국석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디자인진흥원, 부산항만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부정채용을 밝힌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실태’를 발표했다.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실태에 따르면 감사원은 2017년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3월20일부터 4월21일까지 35개 공기업을 포함한 주요 53개 공공기관의 채용업무전반을 점검했는데 53곳 가운데 39곳에서 채용과 관련해 부당한 업무처리와 제도개선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과 주무부처가 감사를 진행하는 곳마다 공공기관들은 부정채용을 포함해 채용관련 문제점들이 지적되는 모양새다.
 
만연한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

▲ 황찬현 감사원장.


공공기관이 하반기 대규모 채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공항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들은 10월과 11월 하반기 인재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들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어렵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 주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기획재정부의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검찰은 20일 감사원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의뢰를 한 강원랜드, 서부발전, 석탄공사, 디자인진흥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낙하산 인사근절’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수장이 최종 인사권을 지니고 있는데 수장이 낙하산으로 오게 될 경우 부정채용과 관련한 도덕적 거리낌도 낮을뿐더러 힘을 써준 주변청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블라인드채용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막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장의 의지와 외부 감시시스템인 만큼 높은 도덕성을 지닌 기관장의 인선과 기획재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셈이다.

감사원은 “임직원 채용은 인사권 행사의 핵심인 만큼 내부통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 프로세스개선과 지속적인 점검활동 등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