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밀어부치는 김학송  
▲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또 다시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투

자실패와 방만한 경영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에도 꿋꿋하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공공기관 개혁 요구에 맞추기 위해 무엇보다 부채 축소가 시급한데 이를 해결할 길이 결국 통행료 인상이라는 얘기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25일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일단 도로공사의 부채 감축을 위한 자구노력을 한 뒤에 통행료를 2.5% 인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도로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고 임직원 성과급과 복지비를 삭감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현 통행료가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친박계 중진...김 사장의 믿는 구석

김 사장은 취임 초부터 통행료 인상을 꺼내 들었다. 김 사장은 “자구노력은 하겠으나 도로공사 재무구조 개선의 현실적인 방법은 통행료 현실화다”라고 취임식에서 말했다.

25일의 발언은 이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에는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사업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부채가 생기는데 이를 무서워하면 일이 되겠냐”며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방안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이렇게 된다면 결국 통행료 인상 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11일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전임자였던 장석효 전 사장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구속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김 사장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계 중진’이다. 그는 지난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유세지원단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선거 후 이른바 ‘좋은 자리’를 받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특히 그가 활동한 건설교통위원회를 근거로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이동이 점쳐졌다.

김 사장은 예상대로 도로공사 사장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공모에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도 임명이 이뤄져 내정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하루 이자만 32억 원에 달하는 도로공사의 부채를 비전문가인 김 사장이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 믿을 만한 카드는 ‘요금 인상’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들에 강도 높은 개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대부분의 공기관들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충당도 하지 못하는데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들의 복지지출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이미 지난 18일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제출했다. 정부는 올 9월까지 부채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기관장을 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도로공사의 정상화를 달성해야만 한다. 당장 올 9월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시일이 급박한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김 사장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친박계 인사라는 배경은 정부와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전력의 사례도 김 사장의 요금 인상 검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해 두 차례 전기료를 인상해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겼다. 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효과를 거뒀다.

김 사장은 이날 “지난 8년간 인상된 통행료는 총 2.9%에 그쳤으며 우리나라 통행료는 선진국 수준의 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81%밖에 미치지 못하는 원가보상율도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함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국민들께 불편을 드릴 수 있지만 도로공사의 부채 감축을 위해선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양해를 구했다.

국토교통부도 김 사장의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토부도 “80%를 조금 넘기는 원가보상율을 고려할 때 통행료 인상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국토부는 여론을 의식해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물가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25조3,482억 원으로 공공기관 부채순위 5위를 차지한다. 도로공사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학을 다니는 직원의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복지비로만 193억원을 써왔다. 또한 1997년 CJ와 공동출자해 설립한 유선통신업체인 드림라인은 경영부실로 2012년 말 기준 380억 원의 투자손실을 기록했다.

물가감시센터 소속 김정훈 회계사는 “도로공사가 여유자금을 사업과 관련 없는 업종에 투자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드림라인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4%의 금리를 가정할 때 매년 약 18억 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