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등에서 투자 수요가 확인됐지만 산업단지 입주 제한과 건축허가, 세 부담, 부지 용도 등으로 조기 이행이나 신규 투자 유치에 제약을 받는 4조 원대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 투자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을 일으키는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가 투자 규모를 제시한 5개 현장대기 프로젝트는 모두 4조28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3조3천억 원 규모 사업은 지원방안 이행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나머지 사업도 산업단지계획 변경이나 지방정부의 부지 용도변경·매각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후속조치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는 정치권 논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장 투자 수요가 있지만 투자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조기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불필요한 지연을 일으키는 규제·제도를 손질하고 평가·인허가와 관계기관 협의에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정부가 이번에 투자 규모를 제시한 사업은 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 2차전지 1천억 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증설 2조5천억 원, 반도체 실증시설 '트리니티 팹' 8천억 원, 오창과학산업단지 바이오기업 공장 증설 5300억 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3500억 원 등이다. 단순 합산하면 약 4조2800억 원이다.
다만 4조2800억 원 전체가 당장 집행을 앞두고 규제에 묶여 있는 신규 투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의 진행 단계와 성격도 서로 다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증설 과정의 허가 지연을 줄여 투자를 조기 이행하려는 사업이고 트리니티 팹은 이미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창 바이오 공장은 증설 검토 단계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입주업종 확대를 통한 추가 투자유치, 구미·포항 2차전지는 산단 입주 제한 완화를 통한 신규 투자 지원이 목적이다.
투자기간도 구미·포항 2차전지와 용인 반도체는 2026~2027년, 트리니티 팹은 2025~2031년, 오창 바이오 공장은 2026~2033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2026~2030년으로 길게는 8년에 걸쳐 있다.
정부가 성격이 다른 사업을 '현장대기 프로젝트'로 묶은 것은 투자 수요가 있는데도 기존 제도와 산업현장의 간극이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의 사업 방식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기존 업종 분류와 인허가·세제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구미·포항 국가산단의 2차전지 자원재생(리사이클링)이 대표적이다.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회수해 다시 소재로 만드는 리사이클링은 2차전지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인 구미·포항 국가산단에는 2차전지 연관 업종 가운데 제조업만 입주할 수 있어 '폐기물 연관 업종'으로 분류된 리사이클링 업체는 입주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산단 입주 대상에 2차전지 리사이클링 관련 업종을 추가해 약 1천억 원 규모 신규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 변화의 속도를 기존 업종 분류와 산업단지계획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투자 장벽을 낮추는 셈이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식음료제조업 부지는 90.3%가 분양된 반면 음료제조업으로 용도를 한정한 부지의 분양률은 22.2%에 그쳤다.
정부는 음료제조업 부지에 식품기업도 들어올 수 있도록 입주 대상 업종을 넓혀 약 3500억 원의 기업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할 당시 정한 업종 구분이 실제 기업의 입지 수요와 맞지 않는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다.
반도체에서는 산업의 빠른 투자 주기와 기존 인허가 체계 사이의 시간차가 문제로 꼽힌다.
현행 건축법은 '1대지 1허가' 원칙에 따라 공장건설 과정에서 건축물을 증설하려면 매번 기존 건축허가를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규 건축물의 허가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추가 증설이 필요한 경우가 잦다. 이때 기존 허가 변경을 다시 신청해야 해 증설과 설비 가동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 산단에서는 증설 건축물에 기존 건축허가와 분리된 별도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해 약 2조5천억 원 규모 투자의 조기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소부장 실증설비 트리니티 팹에서는 민관 협력형 사업구조와 기존 세제 사이의 간극이 걸림돌이 됐다. 기업 출연과 50%의 국비 지원을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이 같은 비중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현행 세법상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운영 법인이 출연재산에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특례를 신설해 일정 요건을 갖춘 실증 테스트베드 운영법인의 증여세를 2031년까지 비과세하고 약 8천억 원 규모의 설비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것과 실제 기업이 투자에 나서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4조2800억 원 가운데 투자규모가 가장 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조5천억 원은 별도 건축허가를 허용하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트리니티 팹 8천억 원도 증여세 특례를 적용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꿔야 한다.
두 사업을 합치면 3조3천억 원으로 정부가 투자규모를 제시한 5개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약 77%를 차지한다. 각각 건축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올해 하반기 '개정 추진' 일정만 제시했다. 실제 국회 통과 시점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두 사업의 투자 속도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나머지 약 9800억 원 규모 사업은 후속 행정절차가 관건이다. 정부는 구미·포항 2차전지의 산업단지계획·관리기본계획 개정,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관리기본계획 변경, 오창 바이오 공장 증설의 용도변경 협의·부지 매각을 올해 하반기 일정으로 제시했다.
결국 4조 원대 현장대기 프로젝트가 실제 조기 이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부가 제시한 행정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과 함께 후속 입법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이재명 정부가 기업 투자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을 일으키는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 반도체·2차전지 등 4조 원대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규제 완화가 추진되지만 실제 조기 이행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행정절차가 입법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투자 규모를 제시한 5개 현장대기 프로젝트는 모두 4조28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3조3천억 원 규모 사업은 지원방안 이행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나머지 사업도 산업단지계획 변경이나 지방정부의 부지 용도변경·매각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후속조치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는 정치권 논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장 투자 수요가 있지만 투자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조기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불필요한 지연을 일으키는 규제·제도를 손질하고 평가·인허가와 관계기관 협의에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정부가 이번에 투자 규모를 제시한 사업은 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 2차전지 1천억 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증설 2조5천억 원, 반도체 실증시설 '트리니티 팹' 8천억 원, 오창과학산업단지 바이오기업 공장 증설 5300억 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3500억 원 등이다. 단순 합산하면 약 4조2800억 원이다.
다만 4조2800억 원 전체가 당장 집행을 앞두고 규제에 묶여 있는 신규 투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의 진행 단계와 성격도 서로 다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증설 과정의 허가 지연을 줄여 투자를 조기 이행하려는 사업이고 트리니티 팹은 이미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창 바이오 공장은 증설 검토 단계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입주업종 확대를 통한 추가 투자유치, 구미·포항 2차전지는 산단 입주 제한 완화를 통한 신규 투자 지원이 목적이다.
투자기간도 구미·포항 2차전지와 용인 반도체는 2026~2027년, 트리니티 팹은 2025~2031년, 오창 바이오 공장은 2026~2033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2026~2030년으로 길게는 8년에 걸쳐 있다.
정부가 성격이 다른 사업을 '현장대기 프로젝트'로 묶은 것은 투자 수요가 있는데도 기존 제도와 산업현장의 간극이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의 사업 방식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기존 업종 분류와 인허가·세제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구미·포항 국가산단의 2차전지 자원재생(리사이클링)이 대표적이다.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회수해 다시 소재로 만드는 리사이클링은 2차전지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인 구미·포항 국가산단에는 2차전지 연관 업종 가운데 제조업만 입주할 수 있어 '폐기물 연관 업종'으로 분류된 리사이클링 업체는 입주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산단 입주 대상에 2차전지 리사이클링 관련 업종을 추가해 약 1천억 원 규모 신규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 변화의 속도를 기존 업종 분류와 산업단지계획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투자 장벽을 낮추는 셈이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지난해 말 식음료제조업 부지는 90.3%가 분양된 반면 음료제조업으로 용도를 한정한 부지의 분양률은 22.2%에 그쳤다.
정부는 음료제조업 부지에 식품기업도 들어올 수 있도록 입주 대상 업종을 넓혀 약 3500억 원의 기업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할 당시 정한 업종 구분이 실제 기업의 입지 수요와 맞지 않는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다.
반도체에서는 산업의 빠른 투자 주기와 기존 인허가 체계 사이의 시간차가 문제로 꼽힌다.
현행 건축법은 '1대지 1허가' 원칙에 따라 공장건설 과정에서 건축물을 증설하려면 매번 기존 건축허가를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규 건축물의 허가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추가 증설이 필요한 경우가 잦다. 이때 기존 허가 변경을 다시 신청해야 해 증설과 설비 가동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 산단에서는 증설 건축물에 기존 건축허가와 분리된 별도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해 약 2조5천억 원 규모 투자의 조기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 2차전지 연관업종 구미·포항 국가산단 입주 허용 방안. <재정경제부>
반도체 소부장 실증설비 트리니티 팹에서는 민관 협력형 사업구조와 기존 세제 사이의 간극이 걸림돌이 됐다. 기업 출연과 50%의 국비 지원을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이 같은 비중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현행 세법상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운영 법인이 출연재산에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특례를 신설해 일정 요건을 갖춘 실증 테스트베드 운영법인의 증여세를 2031년까지 비과세하고 약 8천억 원 규모의 설비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것과 실제 기업이 투자에 나서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4조2800억 원 가운데 투자규모가 가장 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조5천억 원은 별도 건축허가를 허용하기 위한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트리니티 팹 8천억 원도 증여세 특례를 적용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을 바꿔야 한다.
두 사업을 합치면 3조3천억 원으로 정부가 투자규모를 제시한 5개 현장대기 프로젝트의 약 77%를 차지한다. 각각 건축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올해 하반기 '개정 추진' 일정만 제시했다. 실제 국회 통과 시점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두 사업의 투자 속도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나머지 약 9800억 원 규모 사업은 후속 행정절차가 관건이다. 정부는 구미·포항 2차전지의 산업단지계획·관리기본계획 개정,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관리기본계획 변경, 오창 바이오 공장 증설의 용도변경 협의·부지 매각을 올해 하반기 일정으로 제시했다.
결국 4조 원대 현장대기 프로젝트가 실제 조기 이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부가 제시한 행정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과 함께 후속 입법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