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는 13일 지난 2023년 2월 아마존게임즈와 체결했던 쓰론 앤 리버티(TL·사진)의 글로벌 유통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내년 2월부터 자체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엔씨>
국내 게임사들이 토종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서구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대형 유통사에 의존했던 방식이 리스크로 돌아오면서, 자체 글로벌 게임 서비스 및 운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3일 엔씨에 따르면 회사는 아마존게임즈와 체결했던 ‘TL’ 글로벌 유통(퍼블리싱)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해외 서비스를 자체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2월 계약 당시 5년간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던 합의를 정정해 오는 2027년 2월1일 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엔씨는 서비스 이관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연내 자체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마존게임즈가 맡아온 북미, 남미, 유럽, 일본 지역의 ‘TL’ 서비스는 내년부터 엔씨가 직접 맡게 된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마존게임즈가 맡았던 ‘로스트아크’ 글로벌 서비스를 2027년 초 종료하고, 자체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아마존게임즈 측은 “전환일 이후 공식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계정, 디스코드 등 커뮤니티 운영을 중단하며, 홈페이지 도메인은 스마일게이트에서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게임즈는 ‘로스트아크‘의 북미, 유럽, 남미, 호주(오세아니아) 지역 서비스를 맡아왔다.
아마존게임즈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서구권에 진출했던 국내 주요 MMORPG 두 편이 나란히 개발사 직접 서비스 체제로 선회하게 됐다.
▲ 스마일게이트는 13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로스트아크'(사진)를 2027년 초부터 글로벌 자체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아마존게임즈>
아마존은 지난해 말부터 크리스토프 하르트만 아마존게임즈 사장 사임에 이어 전사적으로 1만4천 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며 게임 사업 부문을 대폭 축소했다. 아마존게임즈의 대표 자체 개발작 ‘뉴 월드: 에테르눔’ 역시 2027년 1월 서버 폐쇄를 확정 지은 상태다.
아마존게임즈가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국내 개발사들은 아마존의 강점이었던 플랫폼 연계 마케팅과 현지 커뮤니티 관리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아마존게임즈를 제외하면 서구권에서 한국산 MMORPG를 유통한 경험이 있는 대형 유통사가 드물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 유통사들은 자체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의 텐센트 등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다.
그간 두 게임 모두 아마존게임즈라는 거대 해외 유통망을 등에 업고 출시 초기 큰 관심을 받았다.
‘로스트아크’는 2022년 2월 서구권 정식 출시 직후 PC 게임 플랫폼 스팀 동시 접속자 132만 명을 넘기며 당시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TL’ 역시 2024년 10월 글로벌 출시 후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50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현재까지 서구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국산 MMORPG는 아마존과 협업한 ‘로스트아크’와 ‘TL’을 제외하면, 펄어비스가 자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 ‘검은사막’ 정도다.
아마존게임즈라는 국산 MMORPG 해외 유통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음에 따라 국내 MMORPG 게임사들은 자체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엔씨는 서구권 게임 서비스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오는 9월 출시할 ‘아이온2’ 글로벌 버전을 비롯한 이후 신작들을 자체 유통하기로 했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유통 역량에 대해 많이 걱정하시는데, 글로벌 유통사 출신들을 많이 영입해서 본사와 호흡을 맞춰왔다"며 "글로벌 유통 역량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해외 이용자와 긴밀한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회사 측은 “한국 개발사가 직접 운영을 맡게 되면서, 해외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덜 들릴까 우려하는 커뮤니티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라이브 방송,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용자들이 개발팀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로스트아크’와 ‘TL’의 스팀 내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는 최근 30일 기준 각각 1만1천 명, 1만 명 수준으로 출시 초기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직접 서비스에 나선 뒤 이용자 수가 반등할지 여부에 따라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유통 능력이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