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두산밥캣 사태를 계기로 추진된 상장사 합병가액 제도 개편이 2년여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서면서 연내 ‘합병 공정가액’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8월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3개월 뒤인 연말부터 계열사 합병에도 시장주가 중심의 법정 산식 대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액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두산밥캣 방지법안' 8월 국회 처리 가닥, 연내 '합병 공정가액' 시대 열린다

▲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과 여야 정무위원들이 5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정치권움직임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상장사 합병가액을 시장가격 대신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액’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안’(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8월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5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한 뒤 7월29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까지 넘어 현재 본회의 심의·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이 13일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20일 개최를 제안하고 있어 정확한 처리 시기는 여야의 본회의 일정 협상에 달려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도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대상 법안과 달리, 합의한 민생법안은 충분히 협조해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법안 내용 자체를 둘러싼 저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8월 중 국회를 통과해 9월께 공포되면 연말부터 실제 기업 합병에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2024년 두산밥캣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한 상장사 합병가액 제도 개편이 약 2년 만에 입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셈이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정무위원장 대안은 상장사가 계열회사와 합병·중요 자산 양수도·포괄적 주식교환·이전·분할합병 등을 할 때 그동안 적용하던 시가 기준 산식을 폐지하고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한 ‘공정한 가액’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사회는 합병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고 외부평가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계열회사 간 거래에서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도록 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가격도 시장주가 일변도에서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법안의 출발점은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사업구조 개편 논란이었다.

당시 두산 측은 현행법에 따라 양사의 시장주가를 토대로 교환·합병비율을 산정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높은 두산밥캣이 적자 상태였던 두산로보틱스와 비교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결국 구조개편안은 철회됐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특히 두산밥캣 사례와 같은 ‘계열사 간 합병’에 남아 있던 시가 산식까지 없앤다는 데 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비계열회사와 합병하는 상장사에는 기존 시장주가 기준 대신 평가를 통한 가액 산정을 허용했다. 반면 대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계열사끼리의 합병에는 일정 기간 주가를 토대로 한 법정 산식이 계속 적용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가액 원칙을 계열회사 간 합병까지 확대한다. 사실상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에서 남아 있던 ‘주가 산식의 마지막 예외’를 걷어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판단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 방지법안' 8월 국회 처리 가닥, 연내 '합병 공정가액' 시대 열린다

▲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과 김현정 의원 등 민주당 정무위원들이 2월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계열사 합병에서는 법령상 정해진 시가 산식에 맞춰 가격을 산정했다면 적법성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앞으로 공정가액이 도입되면 이사회가 주가·자산·수익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했는지, 일반주주의 손해를 막기 위해 충분한 검토와 절차를 거쳤는지 자체가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6월24일 ‘상장법인 합병 시 공정한 가액 도입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종전에는 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이 시행령 산식에 따라 산정된 이상 그 적법성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조직개편 거래에 있어 이사회가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한 가액’을 산정하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에 관한 법적 다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공정한 가액 여부는 합병 등 승인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소송뿐 아니라, 사전적 가처분 단계에서도 직접적인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가액 도입은 향후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표적으로 CJ와 비상장사 CJ올리브영의 합병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시장주가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던 합병비율 산정 방식이 바뀌면 합병을 통한 계열 재편 과정에서 발생했던 가격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호 iM증권 연구원은 6월29일 리포트에서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등이 가시화되는 환경에서 중복상장 규제 등으로 인해 CJ올리브영이 상장하기보다는 CJ와 합병을 추진하며 기업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CJ와 CJ올리브영 합병 추진과정에서 합병가액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도입으로 주주 간 이해상충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해소되면서 구조적 할인율 축소가 이어져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정가액 도입이 새로운 논란을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정한 가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이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측에서는 저평가된 계열사의 시장주가를 활용해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을 막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기업과 평가업계에서는 기업가치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평가 비용과 소요기간이 늘고 사후 소송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계열사 합병이나 기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들로서는 합병가격뿐 아니라 외부평가기관 선정과 이사회 검토 과정까지 향후 분쟁에 대비해 보다 정교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고 시행 뒤 합병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하는 거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8월 국회를 통과해 9월 중 공포된다면 연말부터 합병이나 계열사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상장사들이 새 제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향후 대통령령 등 하위규정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어떤 방식으로 고려하도록 할지, 기업들이 공정가액 산정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지가 ‘두산밥캣 방지법안’ 통과 이후의 다음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