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합동 금융 종합대책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책은 2026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여 실수요자와 청년 등의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규제를 지난해 증가율(1.7%)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간 한도는 이미 소진됐다. 이에 잔금대출이 막히는 등 시장 혼란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852조7천억 원으로 집계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이번 총량 규제 완화로 올해 금융권 대출 여력은 약 27조7905억 원에서 55조581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30조 원에 가까운 돈이 더 풀릴 수 있게 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하반기 예정된 신축 아파트 입주와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에 필요한 대출 규모를 바탕으로 총량 관리 목표를 조정했다”며 “실제 주택금융 이용의 어려움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년층을 겨냥한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금융당국은 올해 10월부터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의 지원대상과 대출한도를 확대한다. 현재 만 34세 이하인 지원대상을 만 39세 이하 무주택청년으로 넓히고 신혼부부와 유자녀 가구의 대출한도는 기존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높인다.
2027년에는 ‘청년미래 보금자리론’ ‘청년 전월세결합보증’ 등 새로운 금융상품들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청년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핀셋 지원방안’을 내놓겠다던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의 자금애로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방안”이라며 “금융회사들이 총량관리 과정에서 위축되지 않고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전월세 대출 등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의 두 배로 높인 만큼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이 위원장이 짊어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원회가 2026년 가계부채 총량관리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여 주택공급과 실수요자 자금 수요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13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이번에 총량 관리 수준을 조정하면서 공급 측면에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투기적 금융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가계대출 공급 여력 자체는 크게 확대하면서 늘어난 자금이 부동산시장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 난이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 등 기존 수요 관리를 위한 규제들은 확고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주담대 한도도 15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을 유지한다.
다주택자의 기존 주담대 회수도 이어가고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관한 전세대출보증 제한도 강화한다. 총량관리 완화가 부동산 대출규제 전반의 완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문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늘어난 대출 여력이 주택 매수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위 역시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공급부족에 따른 수도권 중심의 가격 상승 기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총량을 풀었지만 이 조치가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린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14일 금융권과 회의를 열고 개별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확대와 집단대출과 정책대출 비중 관리 등 이번 대책 관련 구체적 내용을 협의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총량 한도를 높이면서 개별 금융사들이 조금 더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다만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에 맞춰 합동으로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다 보니 실수요자 총량 한도 별도 관리 등 내용은 세부 방침에 관한 더욱 명확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