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도 투자심리 개선, "유가 상승 리스크 과소평가" 경고 나와

▲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도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는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하지만 유가 상승의 잠재적 리스크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와 통화 변동성 지표가 크게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투자심리에 미치는 악영향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투자자들이 국제유가 상승 및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다소 안일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반영하는 미국 증시 변동성 지수(VIX)가 15 안팎으로 떨어져 2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표는 미국과 이란 전쟁 초기에 30 안팎까지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이 미뤄지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도 투자자들은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미국 달러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 가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수 년 만의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유가 상승에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대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전했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 시장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투자자들은 중동 지역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도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을 비롯한 에너지 공급망의 충격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고유가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국면이 오래 지속된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 재고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시장에서 유가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지수 변동성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비교적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됐다.

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의 실적 부진을 비롯한 악재가 나타나면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크게 악화하며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프리미어미튼의 닐 버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비교하면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전례 없을 정도로 극단적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