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물리적 인공지능(피지컬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이어 서비스산업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AI 산업 기반 구축에 이어 서비스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15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제정을 다시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다.
서비스산업 육성의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의료 공공성과 규제완화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어 앞으로 공청회와 국회 심사가 법안 처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TF) 2차 회의에서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경제 대도약을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가 다음 과제로서 중요하다"며 "산업 간 빗장을 과감히 열고 연구개발(R&D)·세제·금융 집중 지원 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서비스산업이 AI와 만나면서 제조업과의 융합, 공공서비스 혁신,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상품 비교와 주문·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틱 커머스'를 비롯해 AI 자율주행 기반 이동서비스, 공공 AI 서비스 등을 미래 성장 분야로 제시하며 관련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성장전략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산업연구원과 한국생산성본부 등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국내 부가가치의 약 57%, 고용의 약 75%를 차지하는 경제의 중심 산업이지만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8.9%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한 AI 산업 기반 구축에 이어 AI 기반 서비스 혁신과 서비스 수출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펼치려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제도 기반으로 꼽는 것이 바로 서발법이다. 그동안 서비스산업 정책은 업종별 개별 법률과 부처별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지만 정부는 기본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체계와 지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서발법은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연구개발과 투자, 세제·금융 지원, 전문인력 양성, 서비스 수출, 산업 간 융복합 촉진 등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서발법은 2011년 정부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의료 영리화 우려와 서비스산업 육성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분야 적용 범위와 공공성 확보, 경제부처 중심의 정책 추진체계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법안은 국회 임기마다 폐기와 재발의를 반복했다.
다만 제22대 국회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입법 여건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김영환 의원안과 국민의힘 송언석·최은석 의원안 등 모두 4건의 서발법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3월1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됐으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조문별 병합심사를 거쳐 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당시 소위에서도 제정법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법안 처리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구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서발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의료법·약사법·국민건강보험법 등 일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법안을 발의하며 기존 쟁점 해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의료 관련 일부 법률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서비스산업으로서의 의료는 여전히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재정경제부 중심의 정책 거버넌스 아래 산업 진흥과 규제완화가 공공성보다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의 정책 추진체계와 규제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청회와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의료 분야 적용 범위와 공공성 확보, 경제부처 권한 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제계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제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 종합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 반면 서비스산업은 업종별 개별법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정책이 분절돼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와 갈등조정기구가 도입되면 신·구 산업 간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혁신 서비스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이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 2차 회의에서 "1970년대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가 제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듯 이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서비스산업 도약의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을 제조업과 함께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발법을 둘러싼 논의는 과거처럼 '법이 필요하냐'보다 '어떤 내용으로 제정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공청회와 조문별 심사를 통해 의료 공공성 확보와 규제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15년째 표류한 서발법 처리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정부는 AI 산업 기반 구축에 이어 서비스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15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제정을 다시 핵심 과제로 제시하면서다.
서비스산업 육성의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의료 공공성과 규제완화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어 앞으로 공청회와 국회 심사가 법안 처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TF) 2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TF) 2차 회의에서 "메가프로젝트와 함께 경제 대도약을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가 다음 과제로서 중요하다"며 "산업 간 빗장을 과감히 열고 연구개발(R&D)·세제·금융 집중 지원 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서비스산업이 AI와 만나면서 제조업과의 융합, 공공서비스 혁신,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상품 비교와 주문·결제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틱 커머스'를 비롯해 AI 자율주행 기반 이동서비스, 공공 AI 서비스 등을 미래 성장 분야로 제시하며 관련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성장전략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산업연구원과 한국생산성본부 등에 따르면 서비스업은 국내 부가가치의 약 57%, 고용의 약 75%를 차지하는 경제의 중심 산업이지만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8.9%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한 AI 산업 기반 구축에 이어 AI 기반 서비스 혁신과 서비스 수출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펼치려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제도 기반으로 꼽는 것이 바로 서발법이다. 그동안 서비스산업 정책은 업종별 개별 법률과 부처별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지만 정부는 기본법 제정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체계와 지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서발법은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연구개발과 투자, 세제·금융 지원, 전문인력 양성, 서비스 수출, 산업 간 융복합 촉진 등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서발법은 2011년 정부안이 처음 국회에 제출된 이후 의료 영리화 우려와 서비스산업 육성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분야 적용 범위와 공공성 확보, 경제부처 중심의 정책 추진체계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법안은 국회 임기마다 폐기와 재발의를 반복했다.
다만 제22대 국회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입법 여건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김영환 의원안과 국민의힘 송언석·최은석 의원안 등 모두 4건의 서발법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3월1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됐으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조문별 병합심사를 거쳐 처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당시 소위에서도 제정법인 만큼 충분한 공론화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과거와 비교하면 법안 처리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자율주행 배달로봇 '양천누리온'. <양천구>
구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서발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의료법·약사법·국민건강보험법 등 일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법안을 발의하며 기존 쟁점 해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의료 관련 일부 법률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서비스산업으로서의 의료는 여전히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재정경제부 중심의 정책 거버넌스 아래 산업 진흥과 규제완화가 공공성보다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의 정책 추진체계와 규제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청회와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의료 분야 적용 범위와 공공성 확보, 경제부처 권한 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제계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제조업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 종합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는 반면 서비스산업은 업종별 개별법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정책이 분절돼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와 갈등조정기구가 도입되면 신·구 산업 간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혁신 서비스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이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전담반 2차 회의에서 "1970년대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가 제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듯 이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서비스산업 도약의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을 제조업과 함께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발법을 둘러싼 논의는 과거처럼 '법이 필요하냐'보다 '어떤 내용으로 제정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공청회와 조문별 심사를 통해 의료 공공성 확보와 규제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15년째 표류한 서발법 처리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