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첫발을 내디뎠다. 선진국형 외환거래 환경을 갖추면서 ‘원화 글로벌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다.

다만 아직 원화의 기본 체력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장된 야간 거래 시간대 원/달러 환율이 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밤 시간대 환율 변동성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가 원화 글로벌화의 실질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시장 24시간 시대 개막, 원화 글로벌 위상 강화 '변동성' 잡기에 달렸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530.3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거래일인 3일 주간종가와 비교해 4.7원 올랐다. 4일 새벽 2시에 마감한 야간거래 종가보다는 0.3원 상승했다.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24시간 운영 체제에 돌입한 첫날이었지만 주간 시장에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3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종가 기준으로 2일보다 30원 가량 하락했다.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은 이날부터 주말을 제외한 사실상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끊기지 않고 거래가 이어진다. 미국 달러화 이외 통화의 거래는 기존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유지된다.

이번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은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외환당국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성 거래 수요를 역내 정규장으로 흡수해 원화 가치의 왜곡을 줄이고자 한다.

차액결제선물환 거래는 만기에 약정환율과 지정환율의 차액만을 지정통화로 결제하는 거래인데 원화는 주로 뉴욕, 홍콩, 싱가포르 등 국외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글로벌 원화 거래 가운데 선물환 비중은 51%에 이르는데 이 중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비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달러 시장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4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을 보다 양성화해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방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 증시는 6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리스트 등재에 실패했는데 외환시장 개방도가 낮은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최종 목표로는 원화의 글로벌화가 꼽힌다. 외환시장 24시간 체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시간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외환시장 운영 체제 변화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을 직접 찾아 외환시장 24시간 개막 현장을 지켜봤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장에서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은 외환거래에 있어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국내외 투자자 및 수출입업체 등의 외환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본시장과 원화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24시간 거래 체제는 원화 국제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4시간 체제는)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라며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 보고서에서 “24시간 거래 체제는 장기적으로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자유롭게 통용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며 “현재는 원화가 비기축통화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인프라 선진화로 국제적 인지도나 위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가 아시아 시간대를 넘어 런던, 뉴욕 시간대에서도 활발히 거래되는 글로벌 통화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원화 글로벌화라는 목적에 한 발 다가가기 위해서는 환율 변동성의 안정적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야간 거래 시간대 유동성이 부족한 사이 환율이 지속해서 출렁인다면 원화 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야간 거래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환시장 24시간 시대 개막, 원화 글로벌 위상 강화 '변동성' 잡기에 달렸다

▲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인 6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부족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은 “야간거래 시간에 글로벌 시장에 큰 사건이 발생하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다”며 “다만 차액결제선물환환 시장이 변동성에 미친 영향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변동성 확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은 장기적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전반적 수급과 인프라 문제가 개선되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민감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부도 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외환시장 안정과 제도 안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24시간 공백 없는 모니터링과 원활한 24시간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