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가 6월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서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 우버와의 협업 및 계열사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하고 휴머노이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주력 해외 자동차 시장의 축소에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자동차 시장 성장 둔화 전망, 비용 부담에 소비 양극화 영향
6일 CNBC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둔화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조사업체 옴디아오토모티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뿐 아니라 지난해 9월부로 전기차 구매에 따른 세액공제 정책이 철회되면서 차량 판매가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이후 차량 가격과 보험료·정비비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 소비자는 신차 시장에서 이탈하고 고소득층 구매만 증가해 일명 'K자형'으로 소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업체 S&P글로벌은 지난 5월19일에 펴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1~4월 미국 내 완성차 판매량을 가지고 추산한 2026년 연간 미국 자동차 판매량 예상치를 지난해와 유사한 1570만 대로 제시했다.
S&P글로벌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하락세가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 자동차 연간 판매 대수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져 미국 자동차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NBC는 지난 6월28일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040년까지 현재보다 200만 대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인구 중가율이 출산율 감소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정체돼 자동차 신규 고객이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사회 초년생이 비용 증가 등에 따라 차량 구매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중장기 자동차 시장을 줄어들게 만들 요인으로 꼽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에서 18~34세의 신규 차량 등록 비중은 2021년 1분기 12%에서 2025년 중반 10% 이하로 하락했다.
물론 미국만 이러한 현상을 겪는 건 아니다. 한국도 성년이 되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당연히 따던 분위기가 최근 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배출) 수는 100만3857명으로 2017년 108만594명에서 8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은 차량공유와 로보택시 서비스의 빠른 확산으로 다른 국가보다 차량을 구매하려는 동기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30일에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 로보택시 시장이 2030년 190억 달러(약 29조 원)에서 2035년 480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인앤컴퍼니의 마크 고트프레드슨 자문 파트너는 CNBC에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닌 쇠퇴 산업”이라고 바라봤다.
▲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5일 미국 뉴욕 뉴저지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16강 브라질과 노르웨이전 하프타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손흥민 선수의 세리머니를 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시장 상황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시장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에 대응해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2026년 2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을 늘려 긍정적인 판매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76억 달러(약 11조6천억 원)를 투자한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HMGMA)에 2028년까지 27억 달러(약 4조1300억 원)를 추가 투자해 현재 연 30만 대의 생산 능력을 연산 50만 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시장 자체가 중장기적으로 쪼그라들면 미국에 마련할 대규모 생산 거점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신사업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계열사 모셔널을 통한 로보택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모셔널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올 연말 무인 로보택시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미 모셔널은 지난 3월20일 우버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현대차는 2024년 10월 구글 웨이모와 다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전기차 아이오닉5를 웨이보의 로보택시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어 늘어나는 생산능력을 감당할 수요를 찾는 셈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18일 미국의 호텔인 웨스틴보스턴 시포트디스트릭트에서 연 해외 기관투자자 기업설명회(IR)에서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의 로봇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현장에 도입하고 외부 판매도 추진한다. 차량 판매를 넘어 로보택시와 로봇까지 미래 모빌리티 사업까지 적극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겸 HMG브랜드경험담당 부사장은 5일 경제전문지 포춘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로봇공학을 부수적인 사업이 아니라 경쟁 방식을 바꿀 전략적 역량으로 보고 있다”며 “모빌리티는 더 이상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에서 소비자 인식 변화와 로보택시 도입으로 자동차가 필수재의 자리에서 내려올 공산이 큰 가운데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를 어떻게 준비할지가 최대 해외시장인 미국 공략을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4월12일 미국 매체 세마포어와 서면 인터뷰에서 “로보틱스와 물리 인공지능(AI)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이동수단)를 넘어 진화하는 과정의 중심”이라며 “미국 시장은 장기적인 회복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