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 독자 AI칩 시장 급성장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수요 더 늘어난다

▲ 구글, 메카, 아마존 등 미국 AI 빅테크 기업이들 엔비디아 GPU 대신 자체 AI칩 적용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공급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형 AI 반도체(ASIC)'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동반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MB 공급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자사 AI 서비스에 특화한 주문형 AI 반도체(ASIC) 탑재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ASIC는 범용 칩과 달리 AI 연산이나 데이터 처리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제작된 칩이다. 

하이퍼스케일러와 협업해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 브로드컴은 최근 월가 자산운용사들과 손잡고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350억 달러(약 53조 원)을 투입키로 했다.

브로드컴의 고객 맞춤형 AI 칩(XPU)과 네트워크 설루션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연산 용량을 최대 20GW(기가와트) 규모로 확보,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AI 서비스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AI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핵심 칩은 브로드컴이 구글이 개발한 AI 가속기 칩 '텐서처리장치(TPU)'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브로드컴은 구글과 오는 2031년까지 차세대 TPU와 네트워킹 부품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또 2027년부터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3.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연산력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00억 달러(약 121조 원) 초대형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러한 브로드컴의 행보에는 엔비디아가 주도해 온 AI 칩 독점 체제에 대응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는 AI 컴퓨팅 수요가 세계 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앤트로픽을 비롯해 급성장 중인 고객사들이 AI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칩 활성화도 빨라지고 있다.

메타는 2025년 AI 인프라에 720억 달러(약 109조 원)를 쏟아부었고, 올해는 최대 1350억 달러(약 205조 원)까지 투자를 확대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미국에서 1천억 달러(약 152조 원) 규모의 초거대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씨티은행 등으로부터 175억 달러(약 26조6천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GPU 대신 자체 AI 칩을 사용하는 데 투자 자금의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대항 독자 AI칩 시장 급성장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수요 더 늘어난다

▲ 구글 8세대 AI 가속기 텐서 프로세서 'TPU 8i'. <구글>


이에 따라 세계 ASIC AI 칩 시장은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AI 서버 시장에서 ASIC AI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20.9%에서 올해 27.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또 시장조사업체 모도르 인텔리전스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ASIC 칩 매출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리덴스 리서치는 생성형 AI ASIC 칩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249억 달러(약 37조8600억 원)에서 2032년 약 1867억 달러(약 283조9333억 원)로 약 7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AI ASIC 칩 확산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연산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ASIC 칩의 특성상 HBM을 비롯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탑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SIC가 소비하는 HBM 비트(Bit) 수요는 2024년 대비 2028년에 무려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맞춤형 ASIC AI 칩에 탑재되는 HBM 수요가 전년 대비 82% 급증, 전체 HBM 시장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구글의 최대 HBM 공급사인 삼성전자의 수혜가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구글 TPU용 HBM3E 공급량의 60%를 담당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공급이 예상되는 8세대 TPU용 HBM4 등 차세대 제품군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부터 빅테크 업체들의 ASIC AI 칩 출하가 본격화하며, 내년에는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1위 TSMC의 생산능력(CAPA)이 부족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7년부터 ASIC 칩 생산 증가로 유의미한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