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음료기업들은 새 맛 제품으로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해 브랜드 관심을 되살리고 오리지널 제품 매출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사진은 롯데웰푸드의 몽쉘과 빈츠, 가나의 말차맛 제품(왼쪽부터). <롯데웰푸드>
"이건 무슨 맛이지"라는 호기심은 신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때로는 원래 먹던 오리지널 제품까지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14일 식음료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식품·음료업체들은 기존 인기 브랜드에 새로운 맛 제품을 붙여 브랜드 전체 매출을 키우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은 올해 1월 신라면 골드를 정식 출시한 데 이어 5월에는 신라면 로제를 선보였다. 신라면은 출시 40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지만 농심은 새 라인업을 계속 붙이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롯데웰푸드도 올해 카스타드 케이크 말차앤딸기, ABC초코쿠키 말차, 칙촉 말차 등 말차 신제품을 추가로 내며 기존 브랜드에 새 맛을 붙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맛 제품은 보통 신제품 매출을 위한 시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식음료업계에서는 새 맛 제품을 기존 제품 매출을 되살리는 장치로도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맛을 접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자체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고 이 관심이 오리지널 제품 구매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는 브랜드 전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기존 오리지널 제품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 브랜드일수록 이런 전략의 필요성은 커진다.
장수 브랜드는 이미 소비자에게 친숙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갖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움이나 트렌디한 이미지는 약해질 수 있다. 식음료업체들이 잘 팔리는 제품에도 새로운 맛을 계속 붙이는 이유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최근 식음료(F&B) 트렌드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짐에 따라 장수 브랜드 역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 제품 매출이 함께 오르는 데는 유통 채널의 진열 효과도 영향을 미친다.
신제품이 나오면 편의점과 마트 등 유통 채널에서 해당 브랜드의 진열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신제품뿐 아니라 기존 오리지널 제품도 함께 접하게 된다.
신제품 반응이 좋을수록 브랜드 제품군의 추가 발주나 진열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진다. 새 맛 제품이 단순히 새 상품 하나의 판매를 넘어 기존 제품 노출까지 늘리는 셈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후 유통 채널에서의 진열 라인 확대를 통한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활동은 필수 요소"라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높아질수록 유통 채널에서 브랜드 제품군의 진열 확대나 추가 발주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로운 맛의 신제품 출시는 기존 제품의 판매 확대로 이어지곤 한다.
오리온은 2020년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을 선보인 뒤 같은 해 10월 꼬북칩으로 한국법인 매출 67억 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월 매출을 냈다. 2019년 10월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빈츠 말차맛을 출시했을 때 빈츠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도 함께 상승했다.
빈츠 말차맛은 말차 트렌드에 맞춰 처음에는 한정 제품으로 출시됐다. 이후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었고 말차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스테디 플레이버로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해 현재는 정규 제품군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신규 맛 제품 출시는 신제품 자체 판매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환기시키고 기존 제품 구매로도 이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즌 한정 또는 신규 플레이버의 경우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규 라인업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 제로처럼 새 제품을 통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제품 구매까지 유도하며 브랜드 전체 매출을 키우는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은 과거에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밀키스 신제품들. <롯데칠성음료>
제로 탄산처럼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브랜드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신제품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제품 구매까지 연결되면 브랜드 전체 외형을 키우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밀키스는 밀키스 제로를 선보인 2023년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었다. 밀키스가 출시된 지 34년 만이다.
밀키스 제로는 제로 탄산 수요 확대에 맞춘 제품이지만 결과적으로 밀키스 브랜드 전체의 외형 확대에도 영향을 준 셈이라 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 판매 실적뿐 아니라 브랜드 전체 판매 동향과 소비자 구매 패턴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제품이 단일 제품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는 개별 제품의 매출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 전체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이를 통해 신규 소비자 유입과 브랜드 전체 매출 성장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시장에서는 농심 신라면이 장수 브랜드에 새 라인업을 붙여 브랜드 전체 매출을 키운 사례로 꼽힌다. 신라면 더 레드가 출시된 2023년 신라면 국내 매출은 5천억 원으로 2022년보다 14% 늘었다.
신라면 더 레드는 기존 신라면보다 더 매운맛을 앞세운 제품이다. 새 맛 제품이 기존 대표 브랜드의 이미지를 환기하고 브랜드 전체 매출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외식업에서는 신메뉴 효과가 기존 제품 매출 증가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에는 보통 평균 판매량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표 메뉴가 있다. 이에 신메뉴 출시 이후 기존 메뉴 매출이 얼마나 더 늘었는지보다 신메뉴가 나왔을 때 기존 대표 메뉴 판매량이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외식업에서 신메뉴는 브랜드 방문 빈도를 높이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한정판 신메뉴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를 다시 상기시키는 장치로 쓰인다.
롯데GRS 관계자는 "외식업에서는 신메뉴 출시가 기존 대표 메뉴 매출을 곧바로 끌어올리는 구조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신메뉴를 통해 브랜드가 살아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방문 빈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