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800억 달러 유상증자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 삼성전자 HBM 대량 공급 길 튼다

▲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함에 따라, 구글 자체 AI 칩에 HBM을 주도적으로 공급해 온 삼성전자의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800억 달러(약 120조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가운데, 구글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주도적으로 공급해 온 삼성전자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파벳은 1일(현지시각) 80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증자는 일반공모 300억 달러, 시장 내 지분 매각(ATM) 400억 달러, 제3자 배정 사모 발행 10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가치 투자로 유명한 버크셔해서웨이가 사모 방식으로 100억 달러를 투자키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알파벳은 이번 증자와 관련한 발표에서 "기업과 소비자의 AI 솔루션과 서비스 수요가 회사의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투자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회사는 다가올 중요한 성장 기회를 뒷받침할 기반 인프라를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주력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에 천문학적 자금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파벳은 2026년 2월 미국 달러화·영국 파운드화·스위스 프랑화 채권으로 320억 달러 가량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향후 알파벳의 설비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번 자금 조달 분까지 포함해 알파벳의 2027년 설비투자가 3천억 달러(약 453조6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글이 2026년 4월 발표했던 1900억 달러(약 287조3천억 원)의 투자 계획을 훌찍 뛰어넘는 것이다.
 
구글 800억 달러 유상증자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 삼성전자 HBM 대량 공급 길 튼다

▲ 삼성전자의 HBM4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

구글의 공격적 AI 인프라 확장 움직임은 삼성전자에 직접적 수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인 TPU에 HBM3 등 고성능 메모리를 주도적으로 납품해온 핵심 공급사다. 2025년 구글 TPU 내 삼성전자의 HBM 공급 점유율은 6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의 AI 데이터센터와 TPU 라인업이 확장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공급량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체 HBM 시장 내 점유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2%로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SK하이닉스(57%)와 큰 격차를 보이고, 3위인 마이크론(21%)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구글의 대규모 투자를 기점으로 HBM 경쟁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기되던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 둔화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삼성전자의 6세대 HBM(HBM4) 대량 공급과 수주 흐름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UBS는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와 동등한 40%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AI 설비투자 폭증에 따른 빅테크의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월가는 천문학적 투자 규모에 비해 빅테크의 AI 서비스 수익 모델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꾸준히 'AI 거품론'을 언급해왔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10월 리포트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투자 규모가 생산성·이익 개선 속도를 앞지르는 점을 '버블적 특징'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과대평가 국면의 '공기 빼기(디플레이트)' 시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단순히 현재의 메모리 사이클 강세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AI 사이클로 인해 현재 메모리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공급이 증가하며 내후년부터는 다운 사이클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되, 파운드리 사업부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균형 잡힌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