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소수의 빅테크 고객사가 업황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이들과 체결한 메모리 장기 공급 계약의 세부 내용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수혜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제조사 주식을 사들이며 강력하게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업이 대표적 예시로 꼽혔다. 인공지능 시장의 수요 급증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주가도 전례 없는 수준의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3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시가총액을 일제히 1조 달러(약 1514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84조 원, SK하이닉스는 1665조 원, 마이크론은 1조1700억 달러(약 1772조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해 증가폭은 각각 181%, 247%, 228%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비교되는 수준이라며 자연히 시장에서 우려 섞인 시선도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주 중심의 강세장이 굳건히 자리잡는 추세가 아니라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도 있다는 회의론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시장의 핵심 공급망에 투자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을 반영한 흐름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반도체주에 유행처럼 몰린 단기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간 뒤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지에 관련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주가순자산비율은 기업이 현재 보유한 자산 규모와, 주가수익비율은 향후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를 비교해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사들의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어 주가수익비율이 기업가치 판단에 사실상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대형 고객사와 체결하는 장기 공급 계약을 근거로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거액의 선급금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 지급한 뒤 앞으로 수 년에 걸친 물량 확보를 약속하는 형태의 거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공급 계약의 비중이 충분히 늘어난다면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이전처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블룸버그는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수익성이 최소 2030년 직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반론도 나오고 있다. 빅테크 업체들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체결하는 장기 계약의 세부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가 전문가들도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및 기업가치를 예측할 수밖에 없어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완전히 힘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반도체주 상승 배경이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 예고 때문이라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했다. 자연히 소수의 대형 기업에 메모리반도체 매출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시작된 지 이제 2년차에 불과하다는 점은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싣는 요소로 지목됐다.
결국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규모 측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지만 지속 기간이 관건”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