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 OKX와 손을 잡았다.

김 사장은 본업인 증권업에서도 글로벌 대형 파트너와 함께 사업모델을 구성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자주 구사했는데, 이번 협업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한국투자증권 OKX 코인원과 연합전선, 김성환 가상화폐 시장서도 협업 전략 통할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가상화폐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거래소에 적은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점 등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는 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컴투스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코인원 지분 약 20%를 인수하며 코인원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6.3 지방선거 이후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전통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OKX도 코인원 지분 20%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OKX는 거래량 기준 글로벌 상위권 가상화폐거래소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코인원은 글로벌 가상화폐 네트워크와 기술 인프라를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규제 라이선스를 통한 한국 시장 진입의 합법적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사장은 코인원 지분 인수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결합해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향후 토큰증권을 활용한 혁신금융 상품 출시와 스테이블코인 연계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키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형 거래소가 아닌 중소형 거래소에 투자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지분 20% 인수 비용은 약 800억 원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다른 금융사들의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달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두나무 지분 4% 인수에 6천억 원가량을 투자했고, 한화투자증권은 5978억 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3.9%를 추가 취득했다. 하나은행은 약 1조 원을 투자해 두나무 지분 6.55%를 확보했다.

김성환 사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인원에 투자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가상화폐거래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코인원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점유율 ‘투톱’인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사 양강으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도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 인수로 디지털 금융 시장에 진출했으나, 두 회사의 투자 방식은 전혀 다르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 92%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1335억 원을 투입했다. 경영권을 완벽히 장악해 새로운 회사로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와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글로벌 거래소인 OKX를 끌어들여 적은 비용으로도 거래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분인수 관련 보도자료에서 "단순 지분 취득에 그치지 않고 코인원과 디지털 금융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의 전통 금융 서비스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OKX 코인원과 연합전선, 김성환 가상화폐 시장서도 협업 전략 통할까

▲  (왼쪽부터)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네테로 다이 OKX 글로벌 마켓 총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진행된 투자 유치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사장은 본업인 증권업에서도 글로벌 대형 파트너와 장기적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전략을 자주 써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월에 골드만삭스와 5천억 원 규모의 공동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유망한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자금력과 대체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2024년 5월에는 구조화 크레딧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 앵커리지캐피탈과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과 2023년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꾸준히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리테일사업 등에서 글로벌 대형 파트너사와 시너지를 냈고 지난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2조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김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을 맡았을 당시에도 차별화 전략으로 자산관리(AM) 부문을 키워낸 경험이 있다.

당시 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과지표(KPI)를 조정하고 개인 중심의 영업 방식 대신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착안한 팀 단위 조직을 꾸리는 등 조직문화 개선을 이끌었다.

2019년 20조 원대였던 한국투자증권의 AM 부문 자산은 김 사장이 개인고객그룹장을 떠난 2023년 말 50조 원대로 불어났다.

이번 코인원 지분 인수는 김 사장이 평소 강조해온 '경계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뛰어넘어야 할 '경계'로 자본과 비즈니스의 경계, 국경의 경계, 업의 경계 등을 꼽았다.

그는 신년사에서 "전 세계의 매력적 투자기회를 자유롭게 다루고 글로벌 자금이 한국투자증권의 플랫폼을 통해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며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 도입과 신사업 발굴로 내일의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