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전쟁에 한국 조선업 수혜 가능성,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선박 수요 늘어나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LNG 운반선이 건조되고 있다. < HD현대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줄이면서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장거리 에너지 해상 운송에 필요한 선박 수요가 늘어나며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시장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주 확대를 통한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이란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 탄력 

26일(현지시각) 해운전문매체 스플래시247은 증권사 모간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 전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안보 위기가 앞으로 10년 동안 해운산업의 슈퍼사이클을 가져올 것이다“고 보도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주로 중동 지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었으나 이란 전쟁 장기화로 조달에 큰 애로를 겪었다. 

지난 2월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 가운데 20%가량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상 운송을 통한 중동 카타르의 3월 LNG 수출량은 75만7천 톤가량으로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2월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미국과 남미 및 호주 등에서 LNG 수입량을 늘렸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는 5월20일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중동 이외 LNG 수출국이 아시아 국가의 공급 다변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이익을 볼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국 이란 전쟁에 한국 조선업 수혜 가능성,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선박 수요 늘어나

▲ 2025년 10월-2026년 4월까지 국가별 LNG 수출량. 카타르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2026년 2월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수출량이 증가했다. <그래픽 클로드 제작>

◆ 한국 조선 3사, LNG 운반선 수주 기회 확대

이런 상황은 한국 조선 3사에 수주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모건스탠리는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에 따라 평균 해상 운송 거리가 대폭 늘어나면서 동일한 물동량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LNG 운반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LNG 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냉각해서 장시간 운송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및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건조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서는 한국이 만든 LNG 운반선이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진다.

선박 중개업체 반체로코스타의 조사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세계 시장에 인도된 LNG 운반선 가운데 86%는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나머지 물량은 중국에서 가져갔다. 

이란 전쟁이 휴전 상황에 놓인 2026년 5월 한 달 동안에만 한국 조선 3사는 모두 10척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한국 조선 3사의 전체 LNG 운반선 수주 성과는 모두 33척에 이른다.

이란 전쟁 이후 LNG 운반선 발주가 가속화하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반체로코스타의 랄프 레슈친스키 연구책임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한국이 LNG 운반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이란 전쟁에 한국 조선업 수혜 가능성,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선박 수요 늘어나

▲ 미국 루이지애나주 카메론패리시에 위치한 사빈 패스 LNG 수출 설비의 2025년 6월23일자 모습. <연합뉴스>

◆ 선령 노후화로 선박 수요는 계속 늘 전망

모간스탠리는 에너지 운반선 노후화 또한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바다를 다니는 전체 유조선 가운데 22%가 이미 노후 선박의 기준인 20년을 넘겼다. 평균 선령도 14년이 넘는다. 

LNG 운반선 또한 유조선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에 따라 해체된 LNG 운반선은 사상 최대 수준인 15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폐기 대수가 늘고 장거리 항로용 선박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2030년 대형 원유 운송선 발주 기준으로 2025년과 비교해 두 배나 증가할 것으로 모간스탠리는 바라봤다.

LNG와 원유 외에 석탄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도 선박 발주 확대에 도움이 될 요소로 꼽혔다. 

글로벌 선박 중개업체 애로우쉽브로킹의 뷰락 세티녹 소장은 4월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산업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석탄 해상 물동량을 최대 6500만 톤 증가시킨다“며 ”이는 케이프사이즈 크기 선박 100척이 필요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프사이즈 크기 선박은 17만 톤 이상의 대형 벌크선을 의미한다. 크기가 너무 커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려면 미주 파나마 운하나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거쳐야 해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결국 이란 전쟁으로 화석연료의 주요 해상 운송로가 막혔지만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져 한국 조선사에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드류리의 프라틱샤 네기 LNG부문 수석 분석가는 로이터에 ”미국과 아프리카, 캐나다, 아르헨티나의 LNG 생산 증가와 더불어 연료 효율성 향상 및 선박 폐기 가속화가 운반선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